양자컴퓨터는 AI에 이어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그 복잡한 개념 때문에 공부하기 어려운 분야이다. 하지만 2025년에는 양자컴퓨터가 상용화 되려는 시도가 진행중이며, 이제는 양자컴퓨터가 시대의 트렌드가 되려는 단계이다.
세계 각국의 기업들과 연구기관들이 양자컴퓨터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며,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오늘은 양자컴퓨터의 개념과 활용 분야, 기존 슈퍼컴퓨터 대비 양자컴퓨터가 지닌 장점과 단점을 알아보자.
우선 컴퓨터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은 0과 1이라는 두 가지 신호만을 사용해 정보를 처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0과 1을 묶어 비트(bit)라고 표현한다.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이 글자들과 이미지들도 컴퓨터가 보기에는 오로지 0과 1로 이루어져 있다.
양자컴퓨터도 0과 1일 사용하지만, 그 방법이 일반컴퓨터와 다르다. 일반 컴퓨터가 항상 0 아니면 1이라는 명확한 상태만을 가질 수 있는 반면, 양자컴퓨터에서는 “누군가가 값을 관찰하기 전까지는 그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양자역학의 성질을 이용해,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 상태에서 데이터를 처리한다. 이러한 특별한 성질 덕분에 매우 빠른 연산이 가능해진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 그림처럼 미로 찾기를 예로 들어보다. 한 번에 하나의 길만 찾을 수 있는 일반적인 컴퓨터는 모든 길을 차례대로 살펴봐야 한다면, 양자컴퓨터는 모든 경로를 동시에 탐색할 수 있어 더욱 빠르게 출구를 찾을 수 있게 된다.
사실, 양자역학의 중첩 현상은 현대의 물리학자들조차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심지어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도 이러한 양자역학의 확률적 성질에 대해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며 부정하기도 했다.
물리학자가 아닌 우리들은 기존 컴퓨터의 작동 원리도 잘 모르지만, 오늘날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듯이, 이 양자컴퓨터도 그 원리를 이해하려 애쓰기보다는 ‘아~ 이런 것도 있구나’ 하면서 알고는 있되, 추후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어 널리 쓰이게 되면 그때 우리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사용하면 될 듯 싶다.
양자컴퓨터가 대중화되면 어떤 점이 좋을까? AI 시대에서 엔비디아가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뛰어난 ‘GPU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AI를 효과적으로 학습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데, GPU는 마치 수천 명의 계산기가 동시에 일하는 것처럼 병렬 처리가 가능해 AI 시대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어떻게 될까? 양자컴퓨터의 등장은 이러한 계산 능력에 있어 완전히 새로운 차원을 열어줄 것으로 예상한다. 더 이상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를 구하기 위해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다. 세계 각국에서 양자컴퓨터 투자 러쉬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최근에 구글에서 이러한 양자칩을 개발했다면서 대중에게 공개해 큰 주목을 받았다.
엔비디아 역시 양자컴퓨터가 자신들의 사업 기반을 흔들 수 있는 기술임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 구글과 협력하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론 양자컴퓨터의 활용 분야는 AI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컴퓨터가 현대 산업의 근간이 되고 있는 것처럼, 양자컴퓨터의 등장은 산업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한다.
대표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분야에서의 혁신이 예상된다.
1) 신약 개발의 가속화
새로운 약물을 개발할 때는 수많은 분자 조합을 시뮬레이션해야 하는데, 양자컴퓨터는 이 모든 조합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어,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2) 물류 최적화
단일 국가에서 물류 네트워크에서 최적의 경로를 찾는 것은 지금도 여전히 어렵다. 당연히 전 세계적인 물류 네트워크 통제는 더욱 더 어렵다. 양자컴퓨터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다. 양자컴퓨터는 모든 가능한 경로를 동시에 분석해 최적의 경로를 실시간으로 찾아낼 수 있게 해준다.
3) 보안 체계의 대전환
양자컴퓨터의 발전은 현재 널리 사용되는 RSA, 이산대수 기반의 암호화 방식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기존 컴퓨터로는 암호를 해독하는 데 수백 년이 걸리지만,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순식간에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대비해 ‘양자내성암호’ 같은 새로운 보안 체계의 발전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금융, 기후, 에너지 등 양자컴퓨터가 혁신을 가져올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최근 양자컴퓨터는 많은 발전을 거듭해 왔는데, 양자컴퓨터는 크게 게이트형과 어닐링형으로 구분되어 발전해왔다. 게이트형은 쉽게 말해 기존의 컴퓨터를 한 단계 진화시킨 형태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갖추고 있다. 반면, 어닐링형은 특정 유형, 특히 최적화 문제를 해결하는데 특화되어 있다.
양자 게이트형의 대표주자는 IBM이다. 양자컴퓨터 성능을 가늠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지표는 ‘큐비트 수’ 이다. 쉽게 말해 큐비트가 많을수록 성능이 더 뛰어나다는 의미다. IBM은 이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1000 큐비트 이상의 프로세서 ‘콘도르(Condor)’를 선보이며 기술력을 입증했고, 지난 8월 공개된 Technology Magazine 조사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한편, 양자 어닐링형은 초기에 비주류로 여겨졌다. 양자 게이트형이 일반 컴퓨터의 기본 소자인 논리 게이트를 양자역학 원리로 재구성했다면, 어닐링형은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단순히 조합 최적화 문제를 빨리 푸는 알고리즘 정도로 치부했고, 활용 범위가 좁다며 ‘반쪽짜리 컴퓨터’라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닐링형을 채택한 D-Wave가 기존 컴퓨터보다 3600배 빠른 처리 속도를 기록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특히, 가능성을 알아본 구글이 자신들의 연구개발에 사용하겠다고 나서면서 양자컴퓨터의 한 분야로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발전 상황은 어떨까? 기업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글로벌과 달리 국내에서는 정부와 학계의 주도로 발전을 꾀하고 있다. 먼저, 순수 국내 기술로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개발한 20 큐비트 모델이 가장 앞서 있다. KRISS는 2026년까지 50 큐비트 양자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100 큐비트 이상 되어야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평가되는 만큼, 아직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연세대에서는 ‘IBM 퀀텀 시스템 원’을 설치 소식을 알려왔다. 국가로는 다섯 번째, 전 세계 대학 중에서는 두 번째로 도입한 사례다. 탑재된 모델은 127 큐비트 성능을 보유한 ‘이글(Eagle)’ 프로세서이며, 연세대는 이를 통해 바이오 업체와 협업하여 난치병 신약 개발과 항암 치료 연구를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아직 불안한 문제도 지니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정말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기술이지만, 현재로서는 한계도 명확하다.
가장 큰 문제는 큐비트의 불안정성이다. 큐비트는 주변 환경의 아주 작은 변화에도 쉽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양자 상태를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극저온(-273도)을 만들거나,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며 상용화에 애를 먹고 있다.
또한 현재의 양자컴퓨터는 오류 발생률도 높다. 기존 컴퓨터가 거의 완벽한 정확도로 계산을 수행하는 것과 달리, 양자컴퓨터는 아직 많은 계산 오류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로 실제로 의미 있는 계산을 수행하기까지는 더 많은 기술적 진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에 발효한 구글의 양자칩은 이러한 계산의 오류 발생률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하여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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