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월부터 전기요금을 4.3%, kWh당 5원 인상합니다.
고물가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전기를 팔수록 쌓여가는 한전의 적자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정부의 판단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지난 5년간 제자리였습니다. 올해 4월 한 차례 인상이 있었을 뿐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선택이 그동안 올리지 못했던 전기요금 인상분이 반영되는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해 고물가 시대에 서민 가계에는 부담이 되겠지요.
이번 전기요금 인상의 결정 배경에는 국제 에너지 가격의 급등이 한몫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고,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재확산이 더더욱 에너지 가격을 상승시켰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세계 각국은 전기요금을 잇따라 올렸으나, 우리나라는 대선 등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전기요금이 제때 인상되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1년 사이 전기를 만드는 데 쓰는 유연탄, 액화천연가스, 국제유가가 모두 2배 가까이 뛴 데 반해, 전기요금은 지난 4월 한 차례 6.3% 올랐을 뿐입니다.
전기를 독점 공급하는 사업자인 한전은 현재 경영 위기 상황입니다.
한전의 적자는 작년에 5조 9천억 원을 기록했으며, 올해에는 1분기에만 벌써 7조 8천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한전은 부동산 매각과 직원들의 성과급 반납 등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 적자 줄이기에 나서고 있는데요.
이런 자구책만으로는 언발에 오줌누기와 같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지요.
결국은 전기요금 인상만이 한전의 경영을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을 하지 않았지만 한전의 적자 일부를 국민의 세금으로 메꿔주고 있었으니 이것은 그야말로 조삼모사입니다.
이번 인상으로 kWh당 전기요금은 116원에서 121원으로 약 4.3% 오르게 됩니다. 그러면 일반적으로 4인 가구의 전기요금은 월 1,500원 정도가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정도면 크게 오르지 않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경영계는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전기를 많이 쓰는 자영업자나 기업에게는 전기세 인상이 엄청난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공장 가동을 위해 대규모 전력을 사용해야 하는 산업계 입장에서는 전기세 인상이 주는 타격이 매우 큽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전력 소모량은 가정용 전력보다는 제조업과 같은 산업계에서 사용하는 전력 소모량이 월등히 높습니다. 가정용 전력에 부과하는 요금이 산업용 전력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은 다들 아시지요? 가끔 일부 언론이나 정치인들이 우리나라의 전력 소모 상황에 대해 가정이나 개인의 전기 절약습관이 부족하다고 예기하는 분들이 가끔 있는데, 이것은 상황을 잘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가정내 소비 전력량은 OECD 국가중에 하위권에 속합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산업계에서 사용하는 비효율적이고 과도한 전력 사용입니다. 우리나라 산업은 제조업 중심이다 보니 자연스레 전력을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 기업의 생산과정과 산업장비 등을 효율화하여 전력 소모량을 점차 줄여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물론 기술과 비용이 수반되겠지만...
하여튼, 한전이 지난해 산업용으로 판매한 전력량에 kWh당 5원을 더해 계산하면, 국내 산업계는 약 1조 5천억원의 전기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온다고 합니다. 전력 사용량이 높은 업종의 경우 더 큰 피해를 받겠지요. 예를 들면, 한 달 전기세가 3백만원이던 PC방은 20~30만원을 더 내야합니다.
그러나 이번 인상으로도 한전이 줄일 수 있는 영업 손실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해요.
에너지 가격 인상분을 반영한다면, 금번 5원(+4.3%)이 아닌 33.6원, 무려 29%를 올려야 겨우 적자를 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독일, 영국, 스페인, 프랑스는 전년 대비 33%에서 68%까지 전기세를 인상했다고 하지요. 이웃나라 일본도 12%나 올렸습니다. 결국 이렇게 전기요금을 크게 올리거나 에너지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한, 한전의 적자는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혹시 한전에 투자하신 분, 손?)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정말 작게 올린 셈이네요.
현행 연료비 연동제에 따르면, 전기료의 일부인 연료비 조정단가는 분기당 3원, 연간 5원까지만 올릴 수 있지만, 정부는 약관을 바꿔 5원을 한꺼번에 올렸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자이언트 스텝~!!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이겠지요.
우리나라의 전기요금 결정권은 한전이 아닌 정부가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정부 5년 간 한전 측은 전기요금 인상을 총 10번 요청했으나 승인된 것은 단 한 번뿐이었습니다. 즉, 전기요금은 한전의 경영 상황과 관계없이 정부의 의견에 따라 결정되는 것입니다. 필수재인 전기 사용료는 가계 부담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정부는 시장과 경제 상황을 잘 고려해서 전기요금 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입니다. 제발좀 잘 해달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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