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할 때 레드존에서는 절대 거래하지 말라. 비열한 시장과 도마뱀의 뇌/테리 번햄

 

최근에 읽은 투자서 <비열한 시장과 도마뱀의 뇌>에서 테리 번햄은 주식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여러가지 조언들을 제공한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공감가는 내용이 정말 많다. 오늘은 그 내용들 중에서 “레드존에서는 절대 거래하지 말라”라는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

 

 

자동차 계기판에도 레드존이 표시되어 있다. 레드존을 넘어가면 엔진에 큰 손상을 주게 된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위 문장과 유사하게 성공한 투자자들은 모두 똑같이 자기 파괴적인 투자 결정을 피하지만 실패한 투자자들은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실패를 맛본다.

 

 

성공한 투자자에게 보편적으로 배울 점이 있다면 그들은 각자의 내면에 숨어 있는 도마뱀의 뇌(생존에 최적화되도록 진화해온 인간의 뇌(심리, 비합리성))를 잘 통제 한다는 것이다. 테리번햄이 제시한 투자 조언들은 모두 이성적인 통제력을 되찾고 도마뱀의 뇌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과 관련되어 있다. 도마뱀의 뇌는 먹이와 그늘 찾기처럼 도마뱀과 비슷한 행동을 할 때는 유용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결코 적합하지 않다.

 

 

 

테리번햄은 학생 시절 원유 선물에 투자했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당시 그의 친구 중에는 원유 트레이더인 데이비드라는 사람이 있었다. 번햄은 1980년대 어느날 원유 가격이 상승할 것 같아서 데이비드에게 원유 선물을 1계약(원유 1000배럴에 해당) 매수해 달라고 했다. 원유 가격이 1센트 오를 때마다 10달러의 이익이 생기는 포지션이었다. 하지만 원유 가격은 매수한 직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손실이 10달러, 30달러, 70달러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전혀 재미있지 않았다. 번햄은 당시 학생이었기에 그 금액은 당시 순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번햄은 30분 정도 손실의 고통을 참았는데, 그때쯤 추정 손실은 200달러를 넘어 있었다. 번햄은 데이비드를 찾아가 “이제 빠져나와야겠어”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사실 이미 매도한 지 오래야, 그저 네가 얼마나 고통을 참을 수 있는지 보고 싶어서 말하지 않았을 뿐이야"라고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고 한다.

 

 

그 후로 몇 년간 데이비드를 관찰한 결과 그는 손실 포지션에서 매우 빨리 빠져나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손실 포지션 때문에 경제적, 감정적으로 고통받기보다는 빠르게 적은 손실을 보는 걸 선택했다. 데이비드는 자신의 투자 철학을 <레드존에서는 거래하지 않는다> 라는 말로 요약했다고 한다. 수익 포지션은 오래 유지하지만 손실 포지션, 즉 레드존에 있는 포지션은 매우 빠르게 정리한다는 의미다.

 

 

 

테리 번햄은 친구 데이비드의 레드존을 보다 넓게 해석한다. 번햄은 사람들이 ‘심리적’ 레드존에서도 거래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심리적 레드존의 정의는 어떻게 내릴 수 있을까? 심리적 레드존에 대한 객관적인 정의는 없다. 하지만 심리적 레드존에 있다면 그냥 ‘자연스럽게 안다.’ 어떤 투자가 당신을 갉아먹고 있다면 그 포지션을 정리할 생각을 하라(물론 그러한 판단은 냉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레드존을 피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결과는 모두 같아야 한다.

 

 

예를 들어 레드존 밖에 있는 투자자라면 첫째, 몇 주 동안 휴가를 떠나서 시장을 쳐다보지 않을 수 있어야 하고 둘째, 어떤 포지션이든 늘리거나 줄일 수 있어야 하며 셋째, 아무것도 매수하거나 매도할 필요 없이어떤 시장에서든 나타나는 큰 가격 변동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투자에 대한 고민 없이 잠자리에 들 수 있어야 한다.

 

 

레드존에 돌입하지 않을 수 있게 자신만의 시스템을 구축한 사람들은 결코 감정이나 시장 상황에 휘둘려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돈을 버는 첫 번째 단계는 도마뱀의 뇌가 감정적인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도마뱀의 뇌는 쉽게 멈출 수 없다. ‘그저 잡아둘’ 뿐이다. 도마뱀의 뇌를 억제할 수 있다면 비로소 비열한 시장에서 이익을 얻기 위한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