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달의 자산관리 공부(재테크)

인플레이션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은 누구인가? by 비열한 시장과 도마뱀의 뇌, 테리 번햄

꿈달(caucasus) 2024.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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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은 흔히 수요와 공급으로 요약된다.

# 그리고 공급의 변화는 화폐에도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온다.

# 결과적으로 극심한 인플레이션은 저축자에게는 손해가 되지만 채무자에게는 득이 된다.

# 인플레이션은 빚(채무)을 소각시켜버리는 효과가 있다.

 

 

파푸아뉴기니의 고지대에 사는 사람들은 20세기 초에 이를 깨달았다.

파푸아뉴기니는 호주 북쪽에 있는 큰 섬이다. 해안가는 수 세기 동안 이웃 나라와 교류하는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해안가를 벗어나면 이내 사람이 살기 어려운 험한 산악지대와 고원이 펼쳐진다.

 

 

그런데 20세기 초, 금을 찾으려는 호주인들이 그 고지대를 조사하기로 했다.

이 이야기에는 몇 가지 대단히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첫째, 고지대에는 사람이 전혀 살지 않기는 커녕 수 세기 동안 다른 문화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100만 명 가까이 있었다.

 

둘째, 호주인들이 녹화 장비를 가지고 간 덕분에, 산업화 되지 않은 사람들과의 첫 만남을 찍은 유일한 영상 자료를 남겼다.(이 원본 영상 중 일부를 퍼스트 콘택트라는 학술 영화에서 볼 수 있다).

 

셋째, 바로 이 지점이 우리의 이야기와 특히 관련이 있는데, 고지대에 사는 사람들은 조개껍데기에 높은 가치를 두었다. 그들은 왜 조개껍데기를 화폐로 사용했을까? 대부분의 문화에서 조개껍데기를 화폐로 사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파푸아뉴기니 고지대 원주민들은 바닷가에서 격리되어 살아왔고, 당시 그들에게는 귀했던 조개껍데기를 화폐로 사용했다.

 

 

아무도 가치 있는 어떤 물건을 조개껍데기 따위와 교환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파푸아뉴기니 고지대의 사람들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금을 귀하게 여기듯 조개껍데기를 귀하게 여겼다. 바다와 완전히 격리된 고지대에서는 조개껍데기가 희소해 높은 가치가 있었고, 가짜를 알아보기 쉬운 데다 보관해도 썩지 않았다. 그곳에서 조개껍데기는 온 세계가 금을 귀히 여기는 이유와 똑같은 특징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고지대가 바닷가에서 격리되어 있는 한 조개껍데기를 화폐로 쓰는 건 타당했다.

하지만 호주의 금광업자들이 이를 이용할 기회를 알아채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고지대에는 약간의 금이 있었지만 이를 캐내기 위해서는 힘든 작업이 필요했다. 호주인들은 조개껍데기를 비행기에 가득 싣고 와서 금을 채굴한 고지대 주민들에게 임금으로 지불했다. 고지대 사람들은 조개껍데기가 너무 흔해져서 가치를 잃을 때까지 그것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호주인들이 파푸아뉴기니의 고지대 주민들을 착취했다는 사실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고지대 주민들도 노동의 대가로 지폐를 받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들의 사회에서는 조개껍데기로 무엇이든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오히려 지폐가 쓸모없는 물건이었다.

이런 인식은 호주인들이 지폐를 내면 냄비, 팬, 도끼, 삽 등을 살 수 있는 가게를 열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호주인 광부 중 한 명이었던 댄 리는 가게를 열어 다양한 상품을 팔았다. 그의 가게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품목은 무엇이었을까? 구혼할 때 사용하는 <키나>라는 이름의 커다란 조개껍데기였다. 파푸아뉴기니의 고지대 주민들은 고된 노동의 대가로 조개껍데기라는 임금을 받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조개껍데기의 공급이 빠르게 급증하자 그 가치는 떨어졌고, 주민들은 손해를 입고 말았다.

 

 

고지대 주민들이 수년 동안 조개껍데기를 소중히 여겨온 이런 행동이 어리석게 보일 수도 있지만, 한번 역지사지로 상상해 보라, 금을 무한대로 가진 외계인들이 지구에 온다면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외계인의 종이돈을 금보다 더 좋아하게 되기까지는 아마 시간이 꽤나 걸릴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일정한 화폐의 구매력 감소>로 정의된다.

호주인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아름다운 조개껍데기는 상당한 가치가 있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결혼 상대를 찾는 데 지불해야 하는 돈의 대부분을 충당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조개껍데기가 흔해진 뒤 그 가치는 급락했고, 파푸아뉴기니의 고지대 주민들은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경험해야 했다. 조개껍데기를 모아서 부를 축적했던 사람들은 그 부가 인플레이션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것을 목격했다.

 

 

1920년대 독일 바이마르 사람들도 비슷한 문제에 부딪혔다.

일이나 물건의 대가로 지폐를 받던 사람들은 곧 그것에 아무 가치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당시 독일의 인플레이션은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1920년에는 편지 한 통을 보내는 데 1마르크가 채 들지 않았다. 그런데 1923년에는 이 비용이 500억 마르크로 뛰어올랐다. 이 기간에는 물건이나 서비스의 가격이 하루에도 두 배씩 뛰곤 했다.

 

 

이러한 일화를 두고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인플레이션이 심할 때는 택시를 타는 게 낫고, 인플레이션이 적을 때는 버스를 타는 게 낫다”라는 농담을 했다. 택시는 내릴 때, 버스는 탈 때 요금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하이퍼인플레이션 시대에는 요금을 늦게 낼수록 실제 경제적 비용 이 낮아진다. 비슷한 이치로 1970년대 인플레이션이 극심하던 시기, 내 친구 제이의 아버지는 제이에게 항상 신용카드를 사용해 지분을 미루라고 가르치셨다.

 

 

독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은 할머니는 내게 그때의 경험을 말씀 해 주신 적이 있다. 당시 할머니는 가족이 월급을 받으면 즉시 가게로 달려가 가격이 오르기 전에 가능한 한 많은 물건을 쟁여놓았다. 교사였던 할머니의 얼마 안 되는 월급조차도 나중에는 엄청난 지폐 더미가 되 어서, 그 돈을 집에 가져가려면 유모차를 사용해야 할 정도였다.

 

 

가게들은 인플레이션을 따라잡을 만큼 가격을 빨리 바꿀 수 없었기에 몇몇 가게는 <배수 제도>를 도입했다. 식료품점이 수프 한 캔당 가격을 ‘1만’이라고 적어놓는다면 구매 시 수프의 실제 가격은 가게 앞에 게시된 배수를 곱한 값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제의 배수가 3 오 늘의 배수가 4라면 수프의 가격은 각각 어제 3만, 오늘 4만이 된다. 이런 방식으로 가게들은 배수만 바꿔서 빠르게 모든 상품의 가격을 인상할 수 있었다. 배수를 3에서 4로 바꾸면 순식간에 가격을 33%나 인상할 수 있는 것이다. 할머니는 돈을 지불하기 전에 가격이 인상될까 봐 얼마나 두려웠는지, 그래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스트레스였는지 그때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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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독일에서 돈을 저축한 사람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평생동안 열심히 일해 돈을 모아놓았던 사람을 상상해 보라. 좀 더 구체적으로, 2000만 마르크를 모아놓았다고 해보자, 1920년에는 이 돈이면 풍요로운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과 3년 후 이 돈으로는 우표 한 장도 살 수 없게 되었다. 마르크화로 돈을 저축했던 독일인들은 완전히 망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모든 구름에는 흰 가장자리가 있는 법이다’라는 말이 있다. 독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망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덕분에 더 큰 부자가 된 사람들도 있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미치는 영향 중 첫번째는 모든 부채를 탕감하는 것이다. 성경에는 모든 빚이 탕감되는 ‘희 년’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면 너희는 희 년의 나팔 소리를 울릴 것이다. 50년째가 되는 해를 거룩한 해로 정하고 온 땅에 있는 모든 이에게 자유를 선포하라.”

 

희 년이 되면 모든 빛이 탕감된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사실상 희 년 이다.

독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 시기 독일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미국 달러 기준으로 환산하면 100억 달러에서 1페니 이하로 떨어졌다. 채무자들은 무가치한 마르크를 손수레에 가득 싣고 가 빚을 갚을 수 있었다.

 

 

 

인플레이션은 저축자에게는 손해가 되지만 채무자에게는 득이 된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은 돈을 모으는 사람과 돈을 쓰는 사람, 둘 중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에 따라 좋게도, 나쁘게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하이퍼인플레이션의 두 번째 영향은 오직 손해만 가져온다.

화폐의 가치가 불확실해지면서 많은 사람이 화폐 사용을 꺼리게 된 것이다. 결국 경제는 동시 교환이라는 비효율적인 물물교환 방식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1920년대 독일 경제는 한 바퀴를 돌아 완전히 처음으로 되돌아갔다.

화폐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모든 거래가 물물교환으로 이루어졌다. 그 다음으로 금이라는 상품 화폐가 나타나 물물교환을 대체했고, 그 다음에는 지폐가 나타났다. 그러다가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지폐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경제는 다시 물물교환으로 회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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