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월 2일을 ‘해방의 날’로 선언하며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무역 관세 폭탄을 투하했다. 그는 모든 수입품에 최소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의 대(對) 해당국 무역수지 적자를 기준으로 국가별 관세를 차등 적용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 수출품에는 25%, 일본 24%, 대만 32%, 유럽연합(EU) 20%, 인도 26%, 베트남 46%의 높은 관세율이 적용된다. 이미 보복 관세 20%가 부과된 중국의 경우, 실제 관세율은 54%에 달하게 된다.
25%의 관세는 수출 기업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한다.
1,000원짜리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던 기업은 가격을 1,250원으로 인상하거나, 제품당 250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관세가 예정대로 부과될 경우 아이폰 원가가 1.5배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이폰16 프로 256GB 모델의 부품 원가가 549.73달러인데, 관세 부과 시 약 846.59달러로 54%가량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젠블래트 증권은 아이폰16 가격이 799달러에서 1,142달러로, 아이폰16 프로맥스 1TB 모델은 1,599달러에서 2,3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주식 시장은 즉각적인 충격에 휩싸였다. S&P500 지수는 발표 다음 날 4.93%, 그 다음 날 5.85% 폭락하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 유사한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중국에서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애플은 3일 동안 주가가 19%나 폭락하며 시가총액 약 6,400억 달러(약 942조 원)가 증발하는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전 세계적인 관세 부과의 목적을 미국 제조업의 부활과 재정 적자 감축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그동안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며 이익을 얻었던 국가들, 심지어 우방국인 한국과 일본조차 미국을 착취해 왔다고 주장하며, 관세를 통해 미국을 해외 기업으로부터 ‘해방’시키겠다고 강조한다.
해외 생산 기업들이 미국 내로 돌아와 생산하고, 미국 내 생산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궁극적으로 미국의 경제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전략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정책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다. 수십 년 동안 구축된 글로벌 공급망을 단기간에 재편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이폰은 여러 국가에서 생산된 부품이 중국에서 조립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 조립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더라도 부품 수입 시 관세가 부과될 뿐만 아니라, 미국의 높은 인건비로 인해 생산 비용이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관세가 붙은 아이폰 대신 더 저렴한 중국산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급격한 정책 변화는 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3개월 만에 준비 기간 없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했으며, 국가별 관세율 또한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장의 폭락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경제 혁명’이라며 ‘버텨내라’고 언급하는 등 시장과의 소통 부재를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그의 강압적인 정책 추진 방식을 중국의 마오쩌둥에 비유하며, 미국 경제에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주식 시장 폭락이 일반 미국 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관세 인상으로 인한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일부에서는 생필품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오랜 기간 국제 경제의 근간을 이루어 온 ‘비교우위’에 기반한 국제 무역 질서를 미국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비교우위 이론은 각국이 상대적으로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여 생산하고 무역함으로써 전체적인 경제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국제 분업 체제에서 미국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판단하고, 관세 장벽을 통해 국내 제조업을 보호하려 한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의 첨단 제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반도체 산업의 경우, 미국 기업들이 환경 규제 등으로 생산 기지를 아시아로 이전하면서 제조 노하우가 아시아 기업에 축적되어, 현재 미국은 아시아 기업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와 제조업 강화에 나선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의 심각한 재정 적자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규모로 불어난 재정 적자는 이미 정부 예산의 6분의 1을 이자 상환에 사용하게 만들고 있으며, 이는 달러화와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관세 수입 증가가 경제 침체로 인한 세수 감소를 상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며, 트럼프 행정부의 세금 감면 정책은 오히려 재정 적자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정책 추진 방식이 미국의 국제적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기치 아래 주변 국가들을 힘으로 압박하며 자신의 목표를 관철하려는 모습은 동맹국들의 불신을 심화시키고, 보복 관세와 같은 무역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이 국제 질서에서 고립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오히려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그동안 중국을 견제해 왔던 국가들이 미국의 불확실성 증대로 인해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제 금융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마저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막대한 재정 적자와 자국 중심적인 통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각국이 달러화를 지지했던 것은 미국의 리더십과 제도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이러한 신뢰를 허물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해방의 날’ 선언과 함께 단행된 전 세계적인 관세 폭탄은 미국 경제는 물론 국제 경제 질서 전반에 걸쳐 심각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단기적인 주식 시장의 폭락과 기업들의 손실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붕괴, 물가 상승, 국제 무역 질서의 약화, 미국의 신뢰도 하락, 달러화의 위상 약화 등 예측하기 어려운 부정적인 결과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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