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상호관세 유예 시한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상호관세 부과 시점을 90일 뒤로 미뤘지만, 이제는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맺지 않으면 종전에 발표한 관세율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200개국 전부와 협상할 수 없다"라며 관세 협상 대상인 모든 나라에 관세율을 통보하는 서한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관세율 예시로 10%, 25%, 35%, 50%를 들었다. 일부 국가엔 기본 세율인 10%만 매겨질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관세 유예 가능성을 차단해 관세 협상 타결을 압박하는 한편, 협상에 잘 응할 경우 관세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회유책을 제시한 것으로 읽힌다.
한편, 한국 자동차에 대해선 미국 업체보다 낮은 관세를 적용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현재 미국은 자동차 및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 중인데, 관세 협정을 맺더라도 자동차에 매겨지는 관세율은 조정하지 않겠단 것이다. 최근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이 25% 관세를 적용받는 자동차 부품 목록을 확대할 수 있다는 소식까지 들리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긴장하는 분위기이다.
한편, 관세 유예 종료 시한(7월 8일)을 일주일 앞두고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도 한창이다. 지난달 22일부터 27일까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 고위급 통상 협상이 워싱턴 DC에서 열렸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정부와 의회 주요 인사를 만나 관세를 포함한 주요 통상 이슈를 논의했다. 미국은 자국 상품 구매 확대와 쌀, 소고기 등에 대한 비관세 장벽 철폐를 요구한 반면, 한국은 조선 협력, 공급망 연계 등을 내세워 자동차, 철강, 반도체 품목 관세를 철폐하거나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이다.
한국과 미국이 시한을 넘겨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부 고위 관계자는 "7월 8일을 넘어서도 실질적인 협상은 계속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다만, 당초 미국 측은 상호관세 15%에 대해서만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자동차, 철강 등 품목 관세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다며 입장을 선회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한국엔 다소 긍정적인 소식이다.
7월 넷째 주를 목표로 한미 양국이 정상회담 개최를 조율 중이란 소식도 전해진다. 정상회담에서는 관세 이슈뿐 아니라 에너지 협력 등 다양한 경제·안보 사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 나토가 국방비를 GDP 5% 수준으로 증액하는 데 합의한 만큼, 한미 정상회담 자리에서도 국방비 증액이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글로벌 주요 국가들도 미국과 치열한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이다. 영국은 10%의 기본 관세만 적용받기로 미국과 합의했고, 중국은 당초 145%(기본 20%+상호 125%)에 달하던 관세를 30%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틱톡의 미국 사업권 매각 문제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랐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구매자가 생겼고, 시진핑 주석의 승인을 받게 될 것이라며, 틱톡 협상 타결을 위해 관세를 추가로 낮출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한편, 캐나다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서비스세(DST)를 문제 삼으며 모든 무역 협상을 종료하겠다고 경고하자, 캐나다 정부가 DST를 철회하는 일도 벌어졌다. DST는 아마존·메타 등 미국 빅테크에 소급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미국은 이를 차별적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이에 캐나다는 G7 시한을 앞두고 입장을 선회했고, 미국은 추후 무역법 301조에 따라 캐나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 디지털 서비스세(Digital Services Tax, DST)
기업의 온라인 광고나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수익, 온라인 장터 등과 관련된 매출에 3%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뜻한다. 연간 글로벌 매출이 7억 5천만 유로를 넘는 기업 중 캐나다에서 올리는 디지털 서비스 매출이 2천만 달러 이상인 기업이 과세 대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의 빅테크 규제도 관세 협상 대상임을 시사했다. EU가 그동안 디지털시장법(DMA),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해 빅테크 규제를 시행해 온 걸 비판한 것이다. EU는 정책 자주권임을 강조하나, 관세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일부 미국 요구를 수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아시아권으로 시각을 돌려보면, 인도·일본·베트남 등 주요 아시아 국가와는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이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들 국가에 예고된 관세율은 일본 24%, 인도 26%, 베트남 46% 등으로 높게 책정돼 있어 협상 결과에 따라 무역 여건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일본은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핵심 사안인 자동차 관세 문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난항을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관세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일본은 쿼터제 등 절충안 대신 완전 면제를 요구하며 맞서는 만큼, 단기간 내 타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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