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일상의 모든 것들이 마비되거나 정체되고 있다.
세계 경제는 혼란에 빠져 있고, 각국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국경폐쇄까지 선언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먹거리에 대한 글로벌 문제가 서서히 대두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먹거리에 대체 무슨 상관관계가 있기에 이런 문제가 대두되는 것일까?
언뜻 생각해보면 먹거리와 바이러스는 별로 상관이 없을 것 같이 보인다.
평소 독감이나 유행성 질병의 지역적 발생이면 식량 문제와 크게 상관이 없는데, 지금과 같은 전세계적 대유행(팬데믹)상황이라면 조금 예기가 달라진다.
쌀이나 밀가루 등을 수출하는 국가들이 이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자국내 식량 비축을 위해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식량 자급률이 낮은 국가들은 식량 위기가 덮쳐올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세계 6위의 식량 수입국이다.
식량자급률은 50%미만, 곡물 자급률은 23%에 불과하다. 그나마 우리 국민들의 주식인 쌀 자급률은 다행스럽게도 100% 이다. 그러나 쌀을 제외하고는 대체 곡물의 자급률이 낮은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고 식량 수출국들이 수출을 금지하기 시작하면 우리나라도 식량 위기에서 안전하지 못하다.
실제로 쌀과 밀가루, 옥수수 등을 대량 수출하는 국가들은 자국의 코로나 위기 사태에 대비, 식량을 비축하기 위하여 수출 금지 조치에 나서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자료를 인용해 "각국 봉쇄로 인한 공급망 악화 때문에 식품 공급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며 "4월과 5월에 식량 위기가 예상된다"고 지난 3월 30일 보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재기와 수출 제한, 공급망 교란이 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우선 쌀, 벼, 양파 등을 수출하는 신흥국 중심으로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세계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은 지난 3월 27일 자국 곡물을 비축하기 위해 3월 말까지 신규 수출 계약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같은 조치는 응우옌 쑤언 푹 총리가 지난 3월 18일 코로나19 대책회의에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식량 안보는 확고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뒤에 나왔다.
또한 캄보디아는 4월 5일부터 흰쌀과 벼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캄보디아는 연간 쌀 50만톤을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은 계란 공급 부족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가격이 두 배로 뛰자 일주일 동안 수출을 금지했다.
파키스탄은 양파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국내 수급 균형과 가격 안정을 위한 조치다. 이 밖에 주요 밀 수출국인 러시아, 카자흐스탄도 수출 제한에 나섰다.
이와 같은 식량 위기 문제는 선진국이라고 제외될 리 없다.
선진국들에서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게 될까?
선진국의 경우에는 좀 더 복잡한 양상으로 식량 위기 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문제는 바로 식량 생산에 필요한 노동력의 수급 문제다.
현재 유럽은 국경 봉쇄로 인해 인력 이동을 제한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선진국 농업 부문은 이민자 노동에 의존하고 있는데 최근 국경 봉쇄 등으로 인력 이동이 제한되고 있다"며 "유럽과 미국에서도 곧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농산물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프랑스는 앞으로 3개월 동안 딸기와 아스파라거스 수확에만 노동자 20만명이 필요하다.
해마다 농업에 필요한 해외 노동자로 영국은 7만~8만명, 독일은 30만명을 주로 동유럽에서 수급받았다. 하지만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외부 지역 방문객이 입국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 일부 국가는 동유럽과의 국경을 폐쇄했다.
미국도 일손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으로 주멕시코 미국대사관에서 취업비자 발급 업무를 중단해 과일·채소를 수확하는 인력 수급에 문제를 겪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가 부각되자 곡물 선물시장에서는 밀, 소맥, 원당, 옥수수, 대두 등 모든 식재료 관련 상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지난 3월 30일 거래된 밀 선물 가격은 부셸당 569.50센트를 기록했다. 지난 16일 부셸당 498센트에서 불과 보름 만에 14.4% 급등한 것이다.
쌀값은 6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3월 말 기준 태국산 쌀 수출 가격은 톤 당 약 550달러로, 2013년 8월 이후 가장 비쌌다. 베트남산 쌀값 역시 2018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톤 당 40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에서는 밀가루 제분업자들이 급격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밀 구매를 대폭 늘리고 있고, 프랑스에서는 소비자들이 바게트를 비축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지역간 이동 제한이 시행되고 도시가 봉쇄되기 시작하자 겁에 질린 많은 사람들이 식료품 사재기에 나서면서 유통망이 교란되고, 각 국에서 식량을 비축하는 것이 곡물 가격 급등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선진국에서도 자국내 곡물에 대한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가 나오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3월 20일부터 10일간 모든 종류의 곡물에 대한 수출을 임시로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또한 고온의 사막 기후인 탓에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식량 비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전략적 식량 비축분을 확보하는 내용으로 법률을 제정했다. 아랍에미리트는 자국내 식량을 80% 수입하고 있는 국가다. 사우디 정부도 밀 비축분이 100만톤을 초과했다며 4월에 120만톤을 더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속 사정을 알고 보니 왜 코로나19 사태가 식량 문제를 야기하는지 이해가 된다.
각 나라에서는 코로나발 식량 위기가 올지 모른다는 경계심에 곡물 수출을 금지하고 식량 비축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다행이 쌀 자급률이 100%에 달해 당장에 바로 식량 위기는 오지 않을 것 같으나, 코로나가 장기화 될 것이기 때문에 쌀을 제외한 나머지 식량의 수급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정부에서도 이 점을 미리 고민해서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한가지 또 염려되는 점은 제3세계 국가들의 식량 위기 문제이다.
동남아, 아프리카 등 식량 자급률이 턱없이 낮고 경제력이 약한 일부 국가들은 코로나 사태 발생 전부터 기아로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 죽어가고 있는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이 국가들의 타격이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또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발 식량 위기에 목숨을 잃을지 모르겠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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