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질문을 하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흔히 회의할 때 질의응답 차례가 오면 신기하게도 대부분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왜 우리나라 조직 문화에서는 질문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일까? 사실 질문을 하고 서로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많다. 질문은 생산성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찾을 수도 있고 나에 대한 상대방의 호감도를 높일수도 있다.
질문에 대한 원론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사람은 왜 질문을 할까?
뭔가 궁금해서?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서?
이에 대해서 하버드대학교의 연구진은 온라인 채팅과 데이팅 앱을 갖고 실험을 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15분 동안 9개 이상 질물(많은 질문)을 하도록 했고, 또 다른 실험 참가자들에게는 15분 동안 4개 이하 질문(적은 질문)을 하도록 했다. 채팅 상대는 무작위로 연결했습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질문을 많이 한 참가자들이 파트너한테 더 많은 호감을 얻었다.
왜 그럴까? 독서, 요리, 운동과 같은 상대방이 하는 활동에 대해 많이 물으니, 당연히 호감도가 올라간 것이다. 많은 질문을 받으니 상대방은 “이 사람이 나한테 관심이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데이팅 앱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질문을 많이 한 쪽이 애프터를 받을 확률이 더 높았다. 반면 질문을 딱 한 번만 한 사람은 스무번에 달하는 무작위 데이트에서, 애프터를 고작 1차례만 받았다.
질문을 연구해 온 많은 학자들은 사람들이 질문을 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라고 결론 내렸다. 첫째는 정보 교환, 둘째는 호감도 상승. 질문을 정확히, 그리고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이와 동시에 호감도까지 높아진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면접에서도 통했다.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에 따르면, 좋은 질문을 한 신청자가 채용 확률이 더 높았다. 일반 면접자들은 “얼마나 훌륭하고,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고, 얼마나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지” 장점만 나열하는데, “내가 회사를 이만큼 아는데, 궁금한 것이 있다”고하면서 적극적으로 나오는 신청자가 면접관과 훨씬 친밀감이 높았다고 한다.
질문에도 순서와 방법이 있다
질문에도 순서와 방법이 있다. 예시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 도입형 질문: 상대방의 호감을 유발하는 질문. 예) “안녕하세요! 점심은 드셨어요?”
❓ 거울형 질문: 상대방을 배려하는 질문. 예) 상대방이 물으면, “저는 너무 좋았어요. 당신은 어떠셨나요?”
❓ 전환용 질문: 내가 얻어야 할 정보가 있을 때 하는 질문. 예)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요. 사실 궁금한 게 있어요.”
❓ 후속용 질문: 더 얻어야할 정보가 있을 때 하는 질문. 예) “아 역시 대단하세요. 근데 이건 어떻게 하신건가요?”
이처럼 질문에는 호감형 질문, 그리고 정보 교환형 질문이 있다. 이때 중요한 점은 아무리 자기 자신이 호기심이 많다고 해서, 상대방을 윽박지르면서 심문하는 것처럼 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만약 정말 무엇인가가 궁금하다면, 심문 투로 말하지 말고, 질문의 유형을 바꾸면 됩니다.
❓ 개방형 질문: 궁금한 것이 명확하지 않을 때 하는 질문. 예) “이번 프로젝트가 실패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 폐쇄형 질문: 궁금한 것이 매우 좁혀져 있을 때 하는 질문 예) “이번 프로젝트 실패 원인은 인력 부족과 재원 부족이던데, 둘 중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개방형 질문은 상대방과 대화를 하면서, 궁금증을 좁혀갈 때 활용하면 좋다. 폐쇄형 질문은 한창 협상 중이거나 상대방이 카드를 숨겼을 때 이를 간파하고자 할 때 사용한다. 또 개방형 질문은 상대방한테 선택권을 줘서 호감을 얻기가 수월하지만, 상대방이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폐쇄형질문은 호감을 사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거짓말 할 가능성을 줄이려고 할 때 주로 활용한다. 때문에 협상에서는 주로 폐쇄형 질문을 사용한다. 사실 우리는 이런 폐쇄형 질문을 어린 시절부터 자주 들어왔다. 주로 엄마들은 자녀들과 이런 폐쇄형 질문을 자주 사용했다.
❓ 엄마: 이거 네가 한 짓이니? 맞아? 틀려?
질문에도 높낮이가 있다
상대방한테 말을 꺼내기 어려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낮선 환경에서는 질문하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흔히 아이스브레이킹/Icebreaker 을 한다. “이름은 뭔가요? 취미는 뭔가요? 오늘 날씨 좋지 않나요?” 그러면서 차츰 원하는 방향으로 질문하기 시작한다. 이는 쉬운 질문에서 어렵고 높은 질문으로 하는 오름식 질문이다. 하지만 꼭 효율적이지는 않다.
때로는 어렵고 무겁고 높은 질문에서, 점차 낮은 질문으로 낮춰서 묻는 내림식 질문이 효과적일 때도 있다. 하버드대 행동과학자인 레슬리 존 교수는 고객으로부터 정보를 얻는 방법을 연구했는데, 민감한 질문을 먼저하고, 비교적 덜 민감한 질문을 할 때 원하는 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이런 순서이다.
❓ 질문1: 누군가에게 끔찍한 짓을 하고 싶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나요
❓ 질문2: 회사를 쉬려고 핑계를 대고 아프다고 병가를 쓴 적이 있나요.
질문2를 바로 하면 원하는 답변을 얻지 못하지만, 반대로 질문1을 하고 난 뒤 질문2를 할 경우 질문2에 대한 답변을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MT에 가서 진실게임 (Truth or dare)을 하면 속마음을 비교적 쉽게 털어 놓는데, 바로 그 이유다.
출구전략은 질문에서도 필요하다
사람들은 출구가 있을 때 보다 솔직해진다. 직장 상사가 “지금부터 하는 답변은 다 책임이 없어요. 생각도 바꿀 수 있고, 하고 싶은 말을 하세요!”라고 한다면, 팀원들은 매우 솔직해진다. CEO가 주도하는 경직된 임원회의 보다는, 책임이 덜한 실무진 간 브레인스토밍 회의에서 창조적 답변이 많은 이유다.
상대방으로부터 진실에 가까운 답변을 듣고 싶다면, 듣는 사람은 입이 무거워야 합니다. 레슬리 교수에 따르면, 듣는 사람이 비밀을 잘 지키는 사람일 경우, 상대방이 정직하게 답변 할 가능성이 27% 더 높았다고 합니다.
훌륭한 팀장의 조건
상사가 건강한 피드백을 주는 기업이, 훌륭한 기업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리더십과 거버넌스, 건강한 질문과 피드백이야말로 기업 성장의 밑바탕이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상사가 피드백을 하면 잔소리로 들릴까봐 상사들은 피드백을 잘 안하려고 한다.
하지만 피드백을 하지 않으면, 조직에서 대화가 끊긴다. 직장 상사는 항상 구성원에 강한 호기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부하 직원이 어느날 업무에 잘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으면 개인 신상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요즘 뭔가 집안에 사고가 있는 것인지 등을 물어보는 것이다.
요즘은 개인의 삶과 직장 일의 완벽히 분리가 어렵다. 매니저 툴 기업을 만든 마크 호르츠만이 저술한 ‘효과적인 매니저(Effective manager)’라는 책에서는 유능한 매니저는 구성원이 자녀는 있는지, 몇 명인지, 심지어 아이 이름마저 외우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부하 직원이 어느날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간다고 하면, 공감해줄 수 있다. 평소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에 대화도 없고 관심이 없다면 이런 상황에서 전혀 공감이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
좋은 피드백의 3단계 법칙
개인 생활이든 조직 생활이든 어려운 대화를 잘 꺼낼 수 있는 회사가 곧 좋은 회사다. 진심을 다해서, 인간적인 모습을 갖고, 1대1 미팅을 최대한 하면서,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피드백이 중요하다. 좋은 피드백을 하려면 다음과 같은 3단계 법칙을 활용해보자.
❓ 기대해 보기
“오 저렇게 훌륭한 능력을 갖고 있는 팀원이라면 최소한 이 정도 일은 식은 죽 먹기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 관찰해 보기
“근데 A라는 일은 잘 하는데, B라는 일은 왜 안하려고 하는 것일까. 내일도 관찰해 볼까.”
❓ 간극 좁히기
(팀원을 불러서) “처음 제가 당신을 봤을 때는, 정말 다재다능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래서 A일도 잘하는 것을 보고 놀랐는데, B일은 왜 안하고 있나요?”
피드백은 언제나 선의를 갖고, 건설적으로, 그러면서도 감정이 아닌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그래야지만 팀원들이 이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발전한다. - 자료 참조: 매일경제 미라클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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