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달의 자산관리 공부(재테크)

모든 자산에 단일한 합리적 가격이란 없다 / 모건 하우절

꿈달(caucasus) 2024.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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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경제 칼럼니스트로 활동중인 모건 하우절

 

 

 

모건 하우절의 저서, <돈의 심리학>은 투자자에게 신선한 인사이트를 제공해준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특히 인상적인 챕터는 16절, “너와 나는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였다.

이 챕터에서는 투자자들이 일반적으로 오해할 수 있는 투자의 나쁜 개념을 하나 소개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모든 자산에는 단일한 합리적인 가격이 있다”라는 개념이다. 모건 하우절은 이 개념이 왜 틀린 것인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내용은 좀 길지만 어렵지 않다. 차근차근 그가 말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투자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나와 다른 게임을 하는 투자자로부터 신호를 읽는다.

금융 세계에는 나쁜 개념이 하나 있다. 악의는 없어 보이지만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있는 개념이다. 바로 “자산에는 단일한 합리적 가격이 있다”는 생각이다. 정작 투자자들은 서로 다른 목표와 시간 계획을 갖고 있는데도 말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당신에게 ‘오늘 구글의 주가는 얼마여야 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그에 대한 대답은 ‘당신’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당신이 만약 30년을 내다보고 있는 투자자인가?

그렇다면 향후 30년간 구글의 예상 현금흐름을 할인율로 할인하는 냉철한 분석이 들어가야 좋은 가격이라고 할 것이다.

 

 

10년 내에 현금화할 계획인가?

그렇다면 향후 10년간 기술업계의 잠재력과 구글의 경영진이 비전을 실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분석을 통해 가격을 산출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1년 내에 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렇다면 구글의 현재 제품 판매 사이클과 약세장이 오지 않을지를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혹여, 당신이 데이트레이더/day trader(초단타 매매를 하는 사람)인가?

그렇다면 합리적인 가격이 무슨 상관인가? 단지 조금이라도 수익을 내고자 한다면 합리적인 가격 따윈 상관이 없을 것이다. 지금 사서 바로 몇 초 후에 가격이 오르기라도 한다면 바로 매도를 하면 되니까...

 

 

이렇게 투자자들이 서로 다른 목표와 시간 계획을 갖고 있다면, 누군가에게는 말도 안 되어 보이는 가격이 다른 사람에게는 합리적일 수 있다. 서로 눈여겨보는 요소가 다르기 때문이다.

 

 

1990년대 닷컴버블을 예로 들어보자.

현재 기준에서 1999년 야후 주가를 보고 “미쳤네! 도대체 매출의 몇 배야?! 말도 안 되는 밸류에이션이었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1999년에 야후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많은 투자자들은 워낙에 시간을 짧게 보고 있었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말이 되는” 일이었다.

 

 

데이 트레이더에게는 야후의 가격이 주당 5달러든 500달러든, 그날 주가가 움직이는 방향만 맞으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몇 년간 실제로 그래 왔다. 금융시장의 철칙 하나는 ‘돈은 끝까지 투자수익률을 좇아간다’는 것이다. 어느 자산에 탄력/momentum(모멘텀)이 붙으면, 다시 말해서 한동안 해당 자산의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면 일단 단기투자자들이 해당 자산의 가격이 계속 오를 기라 가정하는 것은 미친 생각이 아니다. 무한히 오를 거라는 게 아니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단기간만 오르면 된다. 모멘텀이 단기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꽤나 합리적인 일이다.

 

 

그러고 나면 본격적인 질주의 시기다.

단기수익률의 모멘텀이 충분히 많은 돈을 끌어들이면, 대부분 장기투자였던 투자자구성이 단기투자로 옮겨가면서 거품이 형성된다. 이 과정은 자체적으로 강화된다. 투자자들이 단기수익률을 끌어올리면 더 많은 투자자가 모여든다. 머지않아(오래 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장가격을 결정하는 지배적 주체는 시간을 더 짧게 보는 투자자들이 된다.

 

 

이렇게 거품은 가치 상승에 대한 것이 아니다.

어떤 현상, 즉 더 많은 단기투자자가 경기장에 입장하면서 투자 시간 지평(time horizons)이 줄어드는 현상의 징후일 뿐이다. 투자 후 매도하여 수익을 얻기까지의 기간이 짧아진다는 뜻이다.

 

 

흔히 닷컴버블은 미래에 대한 비이성적인 낙천주의가 지배한 시기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당시 가장 흔했던 헤드라인 중 하나는 거래량이 신기록을 썼다는 발표였다. 이는 투자자들이 ‘하루 안에’ 사고팔 때 벌어지는 현상이다. 투자자들, 특히나 가격을 결정하는 투자자들은 향후 20년을 생각하지 않았다.

 

 

2000년대 중반, 주택시장 거품 때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향후 10년간 자녀들을 키우려고 플로리다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침실 두 개짜리 주택을 70만 달러에 산다는 것은 정당화하기 힘들다. 하지만 몇 달 후에 해당 주택을 오른 가격으로 다시 시장에 내놓고 단기차익을 얻을 계획이라면 충분히 말이 되는 것이었다.

 

 

모멘텀이 큰 단기수익률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앉아서 가만히 지켜봐야 할까? 절대 아니다. 세상은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사람들은 언제나 이윤을 좇는다. 단기거래자들이 활동하는 영역에서 장기투자를 지배하는 규칙들(특히 밸류에이션 관련)은 무시된다. 지금 하고 있는 게임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태는 흥미로워지고 문제도 발생한다.

 

 

이렇게 거품이 피해를 주는 것은 장기투자자들이 자신들과는 다른 게임을 하는 단기거래자들로부터 신호를 읽기 시작할 때다. 1999년에 시스코의 주식은 300퍼센트가 올라 주당 60달러가 됐다. 이때 회사의 가치는 6,000억 달러에 이르렀으니 정신 나간 가격이었다. 시스코가 그 정도 가치가 된다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저 데이트레이더들이 하루하루를 즐기고 있었을 뿐이다. 경제학자 버턴 말키얼이 언젠가 지적했듯이, 그 가격은 시스코의 성장률이 20년 내에 미국 경제 전체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였다.

 

 

당신이 1999년 당시의 장기투자자라고 상상해보자.

시스코를 살 수 있는 유일한 가격은 60달리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가격에 시스코 주식을 사고 있다. 그러니 당신은 주변을 둘러보며 이렇게 중얼거렸을 수 있다. “우와, 이 사람들은 내가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는 건지도 몰라.” 그래서 따라 샀을 수도 있다. 심지어 똑똑한 행동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당신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시스코 주가의 한계 가격을 결정하고 있던 거래자들은 당신과 전혀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당 60달러는 그 거래자들에게는 그런대로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날 안에, 아마도 주가가 더 올랐을 때 주식을 팔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60달러는 당신에게는 예고된 참사였다. 왜냐하면 당신은 장기적으로 그 주식을 보유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이 두 투자자들은 서로가 존재하는지조차 잘 모른다.

하지만 같은 운동장에 서서 서로를 향해 달려간다. 둘의 경로가 충돌하면 다치는 사람이 나온다. 금융과 투자에 관한 많은 의사결정들이 남들이 뭘 하는지를 지켜보며 그들을 흉내 내거나 그들과 반대로 투자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유를 모른다면 그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그 행동을 계속할지, 무엇 때문에 마음을 바꿔먹을지, 그들이 과연 교훈을 배우게 될지 당신은 알 수 없다.

 

 

CNBC의 어느 평론가가 “이 주식은 사셔야 합니다.” 라고 말한다고 해보자.

이때 그는 당신이 누구인지 모른다. 이 사실을 명심하라. 당신은 재미로 투자하는 10대인가? 가진 돈이 얼마 없는, 남편 잃은 노부인인가? 이번 분기가 끝나기 전에 실적을 맞추려는 헤지펀드 매니저인가? 이들 세 사람의 우선순위가 같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특정 주식이 어느 수준에서 거래되든 세 사람 모두에게 알맞을 수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다른 투자자들이 나와 다른 목표를 가졌다는 사실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이성적인 사람들이 나와 다른 렌즈로 세상을 볼 수 있음을 깨닫는 것이 심리학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투자자는 최고 수익을 내는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이는 마약과 같아서 기업 가치를 의식하고 있던 투자자들마저 촉촉한 눈빛의 낙천주의자로 돌변시킬 수 있다. 나와는 다른 게임을 하는 누군가의 행동에 휘말려 내 현실을 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알아야 할 건 다음과 같다.

돈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점은 내가 시간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나와 다른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행동에 설득당하지 않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라.

 

 

돈을 투자하는 모든 사람을 가리켜 ‘투자자’라 부른다. 마치 농구 선수들이 같은 규칙을 가지고 같은 게임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깨달으면, 내가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이 간단한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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