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양이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 때문이다. 이차전지 업황 부진까지 겹치며 회생이 어려울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때 이차전지 기대주로 주목받았던 금양이 상장폐지 갈림길에 섰다. 지난 21일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됐고, 다음 달 11일까지 이의 신청을 하지 않으면 코스피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한때 10조 원까지 치솟았던 시가총액은 6,30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금양은 원래 산업용 화약과 가스를 제조하는 기업이었지만, 2020년대 들어 이차전지 소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관련주로 급부상했다. 배터리 산업이 주목받기 시작하자, 원재료를 공급하는 금양의 주가도 5배 이상 뛰었다. 몽골, 콩고 광산 투자, 부산 대형 공장 신설 계획 등 배터리 생태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차세대 공급망의 핵심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그런데 지난 21일, 금양은 외부 감사인인 한울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 의견 거절 판정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회계법인이 금양의 존속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감사보고서에서 의견 거절을 받으면 주식 매매가 즉시 정지되고, 자동으로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 감사 의견 거절
모든 상장기업은 1년에 한 차례 이상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 재무제표를 회계기준에 맞게 제대로 작성했는지 따지는 것이다. 이때 회계법인은 △ 적정 △ 한정(일부 한계 있음) △ 부적정(심각한 문제 있음) △ 의견 거절 중 하나로 의견을 제시한다. 이때 의견 거절 사유로는 △ 감사에 필요한 증거가 부족해 의견 표명이 불가능한 경우 △ 기업 존속 가능성이 희박한 경우 △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경우가 꼽힌다.
사실 금양의 위기 조짐은 작년부터 드러났다. 2024년 한 해 동안만 1,329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작년 말 기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무려 6,341억 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갚을 돈은 넘치는데, 손에 쥔 현금은 턱없이 부족했다는 의미이다.
한편, 금양은 작년 부산에 짓기로 한 대형 공장 건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4,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투자자의 반발과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가 이어지며 올해 2월 결국 계획을 철회했다. 이때 무리한 자금 조달 시도라는 비판과 함께 주가가 급락했고, 증권신고서 기재 미흡으로 정정 요구까지 받으며 시장 신뢰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사업은 공격적으로 벌였지만, 정작 필요한 자금은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 유상증자
기업이 새로 발행한 주식을 투자자에게 판매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광산 투자 실패까지 겹쳤다. 금양이 인수한 몽골의 ‘몽라’ 광산 사업은 2024년 상반기에만 318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콩고 리튬 광산 투자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현재 금양은 다음 달 11일까지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상장폐지 심사를 다시 받고, 개선기간을 부여받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의 신청을 하지 않거나, 신청 후 기각될 경우 5영업일 간의 정리매매를 거친 뒤, 상장폐지가 확정된다. 상장폐지가 되면 주식 거래가 쉽지 않고 가치도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증권가는 금양의 위기 극복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다. 영업손실이 2023년 146억 원에서 작년 560억 원으로 늘어나는 등 실적이 나빠지는 데다가 이차전지 업황도 단기간에 개선되기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큰 손해를 떠안게 된 소액주주는 국회 국민청원에까지 나섰다.
금양이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지금, 투자자들의 분노를 더욱 키우는 건 대주주의 행보이다. 최대 주주인 류광지 회장은 자신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KJ인터내셔날, KY에코)를 통해 금양 주식을 사고팔며 무려 2,760억 원의 차익을 챙겼다. 이후 두 회사는 금양에 총 685억 원을 연 4.5% 금리에 선순위 채권 형태로 대출해줬는데, 결과적으로, 개인 투자자는 주가 급락과 거래정지로 큰 손실을 본 반면, 류 회장의 개인회사는 주식 매매로 막대한 차익을 얻고, 대출로 자금 회수 가능성까지 확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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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달(caucasus)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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