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되는 경제 이야기

코로나19 발생원인으로 지목된 박쥐는 잘못이 없다

꿈달(caucasus) 2020.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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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발생원인으로 지목된 박쥐는 잘못이 없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온 세계가 혼란에 빠져 있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에는 파리만 날리고 있고, 사람들 사이에서는 대인기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역사상 전례 없는 감염사태를 일으킨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 정부에서도 사회거리두기 캠페인 운동을 벌이고 있다. 나 역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엘리베이터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왠지 모르게 꺼리게 된다.

오늘은 포스팅할 주제는 직설적으로 경제 이야기는 아니지만, 크게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발생한 현상이니 어느정도는 경제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도대체 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대체 왜 인간들은 박쥐며, 천산갑이며 이름도 생소한 야생동물을 잡아먹어 온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게 된 것일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근원이 어디인지? 또 야생동물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게 타당한 것인지. 한번 고민해보고자 한다. 참고로 3월 16일 오전 현재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전세계 확진자는 162,687명, 사망자는 6,065명에 달한다. WHO는 지난주 역대 세번째로 팬데믹을 선언하였다.

 

질병의 발원지 중국의 확진자가 8만1천3명으로 가장 많고, 이탈리아 1만1천157명, 이란 1만3천938명, 우리나라 8천162명, 스페인 7천798명, 독일 5천426명, 프랑스 4천511명, 미국 3천244명, 스위스 2천200명, 노르웨이 1천207명 등의 순으로 파악됐다. 수치상으로 이미 인류에게 엄청난 재앙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우선, 코로나 바이러스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가자.

코로나 바이러스는 감기를 일으키는 3대 바이러스 중 하나다.

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면에 돌기가 왕관 모양과 비슷하다 해서 왕관을 뜻하는 라틴어 코로나(Corona)란 이름이 붙었다. 이번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시작했다는 것이 학자들의 의견이다. 일부 학자들은 뱀에서 감염되었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되었으나 대다수의 학자들의 박쥐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에 돌기가 왕관모양과 비슷하다 해서 코로나 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생기는 궁금증?

박쥐는 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품고 있는데도 감염되지 않는 것일까?

 

박쥐는일반적으로 <바이러스의 저수지>라 불린다. 왜냐하면 박쥐는 무려 137종의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도 61종이나 지니고 있다. 박쥐가 여러 바이러스의 숙주이면서도 정작 자신은 감염되지 않는 이유는 특별한 면역체계 덕분이다.

 

척추동물 면역세포에서는 <인터페론>이라는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이 단백질은 바이러스, 박테리아, 기생충 같은 외부 침입자에 맞서 개체를 지키는 역할을 한다. 주로 항바이러스 작용을 하는데 감염된 세포와 인접 세포 사이에 개입해 바이러스 복제를 제한한다.

인터페론은 개체가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생성된다. 감염이 되지 않았는데도 인터페론이 생성된다면 몸은 지나친 면역 반응으로 조직이 손상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몸은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면역계가 발동해 체온이 올라간다. 바이러스는 고온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대가로 우리는 고열로 인한 오한, 어지러움, 통증을 느낀다.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박쥐도 생태계에서 고유의 역할을 수행한다. 식물들의 수분을 돕고 곤충을 잡아먹어 생태계내 곤충들의 개체수를 조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박쥐는 병원균에 감염되지 않았을 때도 세포에서 지속적으로 인터페론이 만들어진다. 박쥐가 왜 지속적인 면역 기능 활성화하는 시스템을 갖게 됐는지 명확한 설명은 없다. 연구자들은 박쥐가 집단 생활을 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한 마리만 감염돼도 무리 전체가 절멸할 수 있어 이런 시스템이 생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쥐가 바이러스에 강한 이유 또 하나는 장거리를 날아가는 특성 때문이다. 박쥐는 밤에 최대 350㎞ 이상을 비행한다. 당연히 이런 장거리 비행은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신진대사율과 체온이 올라가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박쥐는 비행 중에 체온이 40도 이상 상승한다고 한다. 발열은 그 자체로 면역 반응이므로 바이러스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이와 더불어 신진대사율 증가에 따라 DNA를 손상시키는 활성산소가 생성되는데 박쥐는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시스템도 발달했다. 그야말로 자신의 삶과 환경에 맞추어 적응하다 보니 강력한 항바이러스 체계를 오랜 세월에 걸쳐 갖추게 된 것이다. 별 것 아닌것 같았던 박쥐가 이렇게 나름대로 생존을 위해 최적의 진화를 거듭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또한 박쥐는 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동물이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획과 기후변화 등으로 전 세계에서 동식물 869종이 멸종됐고 1만7천여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고 한다. 텔레그래프는 그중에서도 지구에서 사라져서는 안 될 대체 불가능 종으로 영장류, 벌, 균류, 플랑크톤 그리고 박쥐를 지목했다.

전 세계 박쥐 종의 70%는 곤충을 먹이 자원으로 이용하는 식충성 박쥐다. 곤충의 포식자로 군림하면서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순환할 수 있도록 한다. 생태계 내 곤충의 개체수를 조절하고, 이를 통해 산림과 농작물의 해충 피해를 막고 산림생태계의 건강을 유지시킨다. 또한 열대지역의 박쥐는 야간에 꽃을 피우는 식물들의 수분작용을 도와, 우리가 즐겨 먹는 바나나, 망고, 두리안 등의 열대과일을 생산한다. 또한, 과일을 먹는 박쥐는 종자를 분산시킴으로 열대우림 성장에 기여한다. 박쥐는 해충조절, 화분매개, 종자분산에 기여함으로써 생태계 순환과 기능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의 대규모 전염병 사례는?

중국 연구진들은 코로나19 감염 경로는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발원하여 중간숙주(매개체) 동물을 거친 후 인간에게 전파됐다는 주장이다. 박쥐가 다른 동물에 바이러스를 옮기고 그렇게 전염된 동물이 다시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켰다는 뜻이다.

 

2003년 사스(SARS), 2015년 메르스(MERS) 사례를 알아보자.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스와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까지, 모두 박쥐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다. 인간에게 전파되기까지의 중간 숙주는 다른데 코로나19와 달리 사스는 사향고양이를, 메르스는 낙타를 거쳤다고 한다. 


이번 코로나19의 중간숙주로 밍크, 오소리, 대나무쥐 등이 후보였다. 하지만 최근 천산갑이 가장 유력한 중간숙주로 주목받고 있다. 천산갑에서 검출한 샘플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99퍼센트 일치했기 때문이다. 천산갑은 온순한 성격의 동물로 중국 남부나 대만, 미얀마 등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이다.

 

코로나19 중간숙주로 주목받고 있는 천산갑. 온순한 이 동물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그렇다면 이번 팬데믹 사태를 일으킨 원인 제공자로 박쥐와 중간숙주인 천산갑이 문제인 걸까?

그건 당연히 아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야생동물들을 무차별적으로 포획하고 섭취하는 인간들의 행태가 문제인 것이다. 천산갑은 중국인들 사이 보양에 좋다고 알려지며 무분별한 포획과 섭취가 이루어졌다. 박쥐 역시 다르지 않아 코로나19 비상사태인 현재도 중국 온라인 쇼핑몰은 말린 박쥐를 식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코로나19 발병지인 중국 우한의 시장에서는 100종이 넘는 야생동물이 거래되고 있었다고 한다. 과거 사스와 메르스 사태때의 사향고양이와 낙타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야생동물들이 의도적으로 인류에게 전염병을 퍼뜨리고자 일부러 그런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인간과 야생동물들에게 공통으로 걸리는 질병을 인수공통전염병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한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조류독감, 에볼라, 광견병, 지카, 에이즈, 페스트,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 등의 공통점은 인수공통전염병이다.

 

대한인수공통전염병학회장을 역임한 박용호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 병을 일으키는 병원균 60퍼센트가 동물에서 온 것이다. 새로 출현한 동물 질병의 75퍼센트는 사람에게 감염이 가능한 인수공통전염병이다." 

이제 이쯤되면 무엇이 문제일지 감이 올 것이다.

문제는 바로 잘못된 미신이나 풍습으로 야생동물들을 무차별적으로 포획하고 섭취하는 인류의 잘못된 행태가 문제인 것이다. 야생동물들은 그들 각자의 영역에서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인간들은 어떠한가? 인간들은 동물들의 영역에 인위적으로 간섭해 그들을 이기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보양한다며 무차별적으로 포획, 섭취하고 인간들의 유희를 위해 야생동물들은 잡아 애완용으로 키우고 있다. 또한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한해 조류독감으로 4000만 마리 가까운 가금류를 살처분한 전례가 있다. 가금류의 공장식 집단 축산, 즉 감금하고 밀집시키는 축산방식이 동물들의 면역력을 떨어뜨렸고, 이로 인한 조류독감의 피해가 더욱 커졌다. 아직까지 조류독감이 인간에게 잘 전염되지는 않는다지만 인간에게 전염될 경우 치사율이 50%에 이를정도 치명적이라 한다.

 

이제는 야생동물과 축산 등 동물과 인류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할 때라고 본다.

야생동물들은 그들만의 고유 영역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게 두어야 한다. 인간들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자연을 훼손하고 야생동물들을 포획하고 섭취하게 되면 지금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오게 될 것이다. 축산 방식도 이제는 과거처럼 공장식 집단 축산방식을 지양하고 친환경적이고 동물 복지를 접목한 가축 방식으로 전환해야 될 때이다. 이렇게 해야만 코로나19와 같은 치명적인 인수공통전염병이 다시는 창궐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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