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올 하반기 과연 금리를 인하할까?
2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위세를 떨치던 ‘킹달러’ 시대가 저물고 있다.
달러값은 이미 지난해 9월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02% 떨어진 102.36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6월 8일(102.54) 이후 약 7개월 만의 최저치다. 같은 날 장기 시장금리 벤치마크로 통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전 거래일보다 0.16%포인트 하락한 3.37%를 기록했다. 지난해 가장 높았던 10월 24일 4.25%에 비하면 약 3개월 만에 급격히 내려앉은 수치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인 4.25~4.5%보다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넘어 하반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국채금리 하락으로 이어져 달러 수요를 위축시키며 달러값을 떨어뜨린다.
이 같은 시장 움직임은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 위험성이 해소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경기 둔화를 나타내는 지표가 연일 발표되면서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더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확실되고 있다.
인플레의 끝이 보인다?
지난해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둔화한 데 이어 이날 발표된 1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동기 대비 6.2% 올라 전달(7.3%)보다 크게 완화됐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소매판매도 전월 대비 1.1% 줄어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금리 선물시장 참여자들도 연준의 속도 조절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확률은 19일 기준 96.4%까지 치솟았다.
FOMC 위원들의 생각은?
올해 FOMC에서 투표권을 갖는 연준 인사들도 이날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이날 텍사스대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은 최선의 결정을 위한 확실한 방법”이라며 “속도가 느려지더라도 우리는 금융 여건이 제약적인 수준을 유지하도록 정책 전략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잡한 경제와 금융환경 속에서 이 같은 인식하에 연준 인사들이 2월 FOMC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상으로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낮은 금리 인상 속도로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 연준의 기존 최종금리 전망(5.0~5.25%)보다 더 높게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시사했다.
로건 총재는 “연준은 금리를 조금씩 인상함으로써 유연성을 유지해야 한다”면서도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금융 여건을 완화한다면 금리를 당초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림으로써 그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도 2월 FOMC 회의를 포함해 향후 0.25%포인트 금리 인상론에 힘을 실었다. 그는 이날 델라웨어 행사 연설 자료에서 “올해 몇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한 번에 0.75%포인트를 인상하던 시대는 분명히 지나갔다”며 “앞으로는 0.25%포인트 인상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 연준은 금리를 인하할 것이다.
이에 더해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해 금리 인상 흐름을 깨고 인하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시장분석기업 TS롬바드는 연준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며 달러 하락에 베팅할 때라고 주장했다. 18일 마켓워치에 따르면 TS롬바드는 “이번주 우리는 달러 선물을 매도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인플레이션 둔화로 연준의 금리 인상이 5%를 다소 밑도는 수준에서 끝날 것이라며 2월 0.25%포인트 인상이 이번 인상 사이클의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TS롬바드는 시장이 침체를 반영하면서 연준이 올해 중반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국채금리에 하방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년에는 연준이 전 세계 긴축을 주도하면서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를 끌어올렸던 지난해 흐름이 올해는 역전된다고 분석한 셈이다.
유럽과 일본 등 금리 인상 압력이 약했던 국가들이 금리 인상 기조를 크게 강화한 것도 달러값이 하락한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됐다. 일본은 완화적 통화 정책 국가에서 긴축적 통화 정책 국가로의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연준보다 더 강경한 긴축 발언을 하고 있다. TS롬바드도 ECB가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TS롬바드는 “ECB는 다른 선진국보다 금리 인상 사이클을 늦게 시작했다”며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더 올릴 여지가 있다”고 예측했다.
유럽의 따뜻한 겨울 날씨도 달러값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낮은 천연가스 가격이 유럽의 긍정적인 경제 전망을 밝게 해서다. 유럽 증시가 유로화 반등과 함께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값 하락은 신흥국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해 22% 하락했던 MSCI 신흥시장지수는 올해 들어 7% 상승했다. 시저 마스리 골드만삭스 투자전략가는 FT에 “신흥시장 자산은 올해 첫 2주 동안 강세를 보였다”며 “중국 경제 재개와 인플레이션 둔화 등이 랠리에 영향을 줬지만,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꼽는 시장의 중추적 변화는 달러 반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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