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지난 주말 미국 금융업계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
바로 미국의 실리콘밸리 은행(SVB)이 단 이틀만에 파산해버린 것입니다.
안그래도 요즘 증시가 금리 인상 여부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었는데, 완전 불난집에 기름을 확 끼얹는 사건이 발생했네요. 이번에 발생한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를 요약해봅니다.
* 실리콘밸리 은행(SVB) 파산은 미국 역사상 두 번째 규모의 은행 파산입니다.
* 해당 은행은 실리콘밸리의 테크 스타트업을 주 고객으로 거래해 왔는데, 대규모 은행 파산에 SVB와 거래하던 스타트업들은 한동안 자금난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실리콘밸리 은행은 어떤 은행인가?
SVB는 1983년 설립된 기술 스타트업 전문 은행으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예금을 유치하고, 동시에 신용이 낮은 스타트업 신주인수권을 받고 대출을 진행해 줬습니다. 미국 테크·헬스케어 스타트업 중 44%가 SVB의 고객일 정도로 스타트업 업계에선 영향력이 큰 은행입니다. SVB는 에어비앤비, 우버 등 유명 벤처기업의 초기 자금을 댄 것으로 유명합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VC)의 주거래은행이었습니다.
SVB의 자산 규모는 2,090억 달러(약 276조 5,000억 원), 총예금은 1,754억 달러(약 232조 원)에 달합니다. 2022년 기준 미국 은행 순위 16위에 해당하는 중견 은행입니다.
SVB는 스타트업계 호황과 함께 성장했습니다.
2021년 스타트업 업계에 투자금이 몰리면서 SVB 예금 보유액도 늘어났습니다.
2020년 1,160억 달러에서 2021년 말 2,110억 달러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났는데, 문제는 SVB가 이 돈을 굴릴 방안으로 미국의 장기국채에 거의 몰빵했다는 것입니다. 자산의 55%가 미국 장기국채에 투자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최근 들어 금리가 계속 상승했기 때문에 채권 가격이 많이 떨어져서 SVB가 투자한 채권 투자에서 큰 손실을 입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이번 사건이 발생한 트리거입니다. 참고로 채권의 가격(시세)는 금리와 반대로 움직입니다. 관련 내용은 아래 글을 참고하세요.
2021.04.05 - [꿈달의 미국 주식 장기 투자] - 채권과 금리의 관계, 채권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또 다른 문제는 예금자 보호 한도인 25만 달러(약 3억 3천만 원)를 넘는 예금 규모만 1,500억 달러(약 198조 4,000억 원)로 총예금의 85%가 넘습니다. 자산 규모보단 적지만 주가가 폭락해 자산 가치가 떨어질 경우, 예금 반환도 어려울 수 있었는데요. 이 문제는 오늘 아침 속보로 미국 정부에서 보호 한도에 상관없에 100% 전액 보증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일단 큰 불은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SVB의 주식과 채권은 보증 대상에 제외한다고 하네요.
금리 인상 기조로 안그래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오던 스타트업들은 이번 사태로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그나마 은행에 넣어둔 예금 등은 미국 정부에서 보증해주기로 했다고 하지만 이번 사태로 기업들이 맡겨놓은 자금을 회수하는데는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므로 당장 재무구조가 취약한 스타트업 기업들은 유동성 위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문제도 미국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해줄 것으로 예상되긴 하는데, 과연 어떤 조치가 나올지 지켜봅시다.
중견 은행이 고작 이틀 만에 파산한 이유는?
이번 SVB 파산은 정말 짧은 시간 안에 급격하게 진행됐습니다. 고작 이틀... 😨😱
그나마 주말 발생했기에 다행입니다. 미국 정부가 주말 내내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으니까요. 평일에 발생했다면 주식 시장에 엄청난 변동성을 불러왔겠죠. 물론, 오늘 밤 미국 증시가 어떻게 움직일지도 걱정이 되네요.
하여튼 앞서 언급했듯이 지난 8일 SVB는 210억 달러(약 27조 8,000억 원) 규모의 채권을 매각하면서 18억 달러(약 2조 3,800억 원)의 손실을 봤다고 밝혔습니다. 경기 침체로 예금이 줄고 자금이 부족해져 현금화가 쉬운 채권을 매각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SVB의 재무 구조가 취약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게 되었고,
다음날인 9일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경쟁하듯 예금을 인출하면서 오후엔 거래가 먹통이 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날 하루 420억 달러(약 55조 5,600억 원) 넘는 예금이 빠져나갔다고 하네요. SVB가 개인 고객들보다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주 고객이다 보면 이 기업들의 인출 규모가 어마어마 했던 것이에요. 이것이 뱅크런~!
이로 인해 SVB의 모회사인 SVB파이낸셜그룹(SVB그룹)의 주가는 60% 넘게 폭락했고, 10일에도 SVB그룹 주가가 60% 넘게 폭락해 거래가 정지됐습니다. SVB 사태의 여파로 미 4대 은행(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웰스파고·씨티그룹)의 시가총액 역시 520억 달러(약 68조 6,000억 원)가량 사라졌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도 SVB 주식에 300억원을 넘게 투자했다는데, 완전 휴짓조각이 되버렸네요. 어찌할려나... 어휴...
연준의 금리 인상이 결국 원인이다? 글쎄~
이번 SVB의 파산 역시 금리가 상승하면서 발생했습니다.
금리 인상으로 SVB 은행이 사들인 미국 국채 가격이 하락했고, 유동성 감소에 국채 가격까지 떨어지면서 SVB의 재무 건전성이 급격히 나빠진 것입니다. 좀 더 썰을 풀어보면...
미국의 금리가 상승하니까 시중에 유동성이 줄어들고, 그러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감소하고, 이로 인해 SVB로 유입되는 자금도 줄어들었습니다. 스타트업 기업들이 오히려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하면서, SVB는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 손실을 감수하고 채권을 팔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채권의 가격이 또 떨어진 상황인 것이지요.
하지만 연준의 금리 인상이 SVB 파산의 근본 원인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SVB가 이런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에도 거의 무대책에 가깝게 고객들이 예치한 막대한 예금을 미국 장기 국채에 몰빵한 것이 문제입니다. 거의 도박에 가깝게 배팅한 것인데, 은행의 도덕적 해이가 어마무시합니다. 이건 SVB에서 잘못한 것이 100% 맞기 때문에 미국 정부에서 이렇게 도와주는 것을 정말 고마워해야 할 일입니다. 미국 정부가 이 은행을 도와줄 명분이 거의 없다고 봐야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SVB 고객들의 예금을 전액 보증하는 것은 수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의 줄도산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봐야겠습니다.
미국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위기가 번질까?
전문가들은 SVB 파산이 특수한 사례인 만큼 금융권 전체로 위기가 번질 가능성은 작지만, 스타트업 업계 위기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또한 이번 사태를 두고 신용등급 평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데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SVB처럼 은행의 자산 포트폴리오가 한 곳에 편중된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미국 장기국채에 자산의 55%가 투자된 경우는 정말 특이한 케이스라는 것입니다. 이에 SVB 파산은 정말 특수한 사례라는 게 다수의 의견입니다. SVB와는 다르게 금리 상승으로 다른 은행들은 막대한 이자 수익을 내고 있어 SVB처럼 막대한 손실을 볼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신용 평가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8일 SVB의 손실 발표 이전까지만 해도 무디스가 평가한 SVB의 신용등급은 Aa3로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어이가 없네요... 국민연금이 SVB에 투자한 것을 나쁘다고 볼수만은 없는 이유가 바로 이런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최고 신용등급의 중견은행이 하루아침에 파산하는 것을 보면 주식은 정말 위험자산이 맞네요. 지금까지 지난 주말 태풍처럼 증시를 강타했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요약해봤습니다. 모든 투자의 책임은 결국 본인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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