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다양한 제국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러한 제국은 영속하지 않았고 하나의 제국이 소멸하면, 그 자리를 대신해서 새로운 제국이 출현했습니다. 널리 알려진 제국들을 예로 들자면 페르시아 제국, 바빌론 제국, 그리스 제국, 대표적으로 로마 제국을 들 수 있겠네요. 동양권의 한나라도 역시 제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는 이러한 제국이라는 정치질서는 중요한 두 가지 특징이 있다고 소개합니다. ( *제국주의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제국이 성립되려면 필요한 두 가지 특징을 말하는 것이에요.)
첫째, 그런 명칭으로 불리려면 서로 다른 문화적 정체성을 지니고 서로 떨어진 지역에 살고 있는 상당히 많은 숫자의 서로 다른 민족이나 국민을 지배해야 합니다.
정확히 얼마나 많아야 할까? 둘이나 셋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대략 이십에서 삼십 정도면 충분히 많습니다. 제국이라 불리기 위한 조건은 이 중간 어디쯤에 있습니다.
둘째, 제국의 특징은 탄력적인 국경과 잠재적으로 무한한 식욕을 갖고 있습니다.
제국은 자신의 기본구조와 정체성을 변화시키지 않은 채 갈수록 더 많은 국가와 영토를 집어삼키고 소화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영국은 국경이 분명하며, 스스로의 기본구조와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고는 국경을 넘어설 수 없다. 결국 오늘날의 영국은 제국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1세기 전에는 지구상의 거의 어떤 지역이라도 대영제국의 일부가 될 수 있었습니다. 문화의 다양성과 영토의 탄력성은 제국의 독특한 특징일 뿐 아니라 역사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두 가지 특징 때문에 제국은 다양한 소수민족과 생태적 지역들을 하나의 정치 체제하에 묶어낼 수 있었고, 그럼으로써 인류와 지구에서 점점 더 큰 부분을 하나로 융합했습니다. 강조할 점은, 제국이 그 기원이라든가 정부 형태, 영토의 범위, 인구의 크기에 의해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문화적 다양성과 국경의 탄력성으로만 정의된다는 것입니다.
제국은 반드시 군사적 정복으로 등장할 필요도 없습니다. 고대 아테네 제국은 자발적 동맹으로 번영했으며, 합스부르크 제국은 혼인으로 탄생해 일련의 영리한 결혼동맹에 의해 완성되었습니다.
제국은 또 반드시 독재적 황제가 통치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역사상 최대 규모였던 대영제국의 통치체제는 민주주의였습니다. 다른 민주적(혹은 적어도 공화정인) 제국으로는 근현대의 네덜란드, 프랑스, 벨기에, 미국이 있습니다. 근대 이전의 노브고로드, 로마, 카르타고, 아테네도 여기에 속합니다.
제국의 크기 역시 실제로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제국은 의외로 왜소할 수도 있습니다. 아테네 제국은 최전성기에도 크기와 인구가 오늘날의 그리스보다 작았습니다. 아즈텍 제국은 오늘날의 멕시코보다 작았습니다.
두 국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국이었지만, 현대 그리스와 멕시코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전자는 수십 수백 개의 서로 다른 통치조직을 점차 복속시킨 데 반해, 후자는 그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테네는 원래 독립된 도시국가 1백여 곳을 지배했으며, 아즈텍 제국은 과세 기록이 사실이라면 371개의 부족과 해당 부족민을 다스렸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어느 정도까지만 근대적이었던 국가의 영토 안에 구겨 넣는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과거에는 민족과 부족의 수가 훨씬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오늘날의 전형적 민족에 비해 구성원의 수도 적었고 차지한 영토도 더 작았습니다. 오늘날 지중해 요단강 사이의 땅에서 서로의 야망을 채우려 다투는 민족은 둘 뿐이지만, 성경시대에 이 땅은 수십 개의 국가, 부족, 작은 왕국, 도시국가를 수용했습니다.
제국은 인류의 다양성을 급격히 축소시킨 주된 이유의 하나였습니다.
제국이라는 증기롤러는 수많은 민족의 독특한 특징을 지워버리고, 그로부터 훨씬 더 크고 새로운 집단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시대가 흘러오면서 제국에 흡수되었던 다양한 민족들은 저마다 민족주의를 외치며 국가를 세워 제국으로부터 독립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실상 그들의 문화와 언어, 사고체계 등은 고유한 것이 아닙니다. 결국은 제국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오늘날까지 제국의 유산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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