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새 각종 미디어에서 홍콩H지수 ELS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며 우려를 하는 소식이 연일 들려오고 있습니다. 도대체 홍콩H지수 ELS 상품이 무엇이고 이게 왜 대규모 손실을 걱정해야 하는지 그 이유와 정부의 대응 및 앞으로 증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고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홍콩H지수에 연계된 ELS’의 대규모 원금 손실이 우려됩니다.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ELS의 규모는 더 큰 문제라고 합니다. 이 상품이 불완전 판매라는 의혹도 겹쳤습니다. 좀 더 자세하게 들어가봅니다.
# 홍콩H지수(HSCEI)
>홍콩H지수는 홍콩 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 주식 중 4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이다 . 시가총액, 거래량을 기준으로 40개 종목이 선택된다. 주로 우량주로 구성됐고, 외국인 투자 비율이 높다.
우선 ELS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겠지요? ELS는 주가연계증권(Equity Linked Securities)의 줄임말입니다. 특정 주가지수의 변동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파생금융상품입니다. 같은 지수에 연계된 ELS라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만기 시점의 수익률은 천차만별입니다.
# 파생금융상품
>파생금융상품은 예금, 채권, 주식 등의 기초자산에서 파생된 금융상품을 뜻한다. 선물과 옵션, ELS 등이 대표적이다. 기초자산의 가치 변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이번에 문제가 되는 ELS는 홍콩의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이하 ELS) 상품인데요. 홍콩H지수가 꾸준히 우상향 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텐데, 현실은 정 반대라는 것이지요. 홍콩H지수는 지난 2021년 2월부터 쭉 하락해 지금은 거의 반토막 난 상황이에요. 중국 경제가 코로나 팬데믹 종료 이후 지금까지 매우 안좋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잘 나가는 중국의 40개 기업이라도 실적이 좋게 나오기는 어렵겠지요. 그러니까 당연히 홍콩H지수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ELS 상품 특성상 일정 선을 넘어서는 주가지수 하락은 원금 손실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어차피 금융상품이라는게 예적금 빼고는 모두 원금 보장이 안되는 거니까요. 해당 상품은 올해 7월부터 지금까지 83억 원의 원금 손실이 확정됐는데, 현재 만기가 도래한 상품의 금액이 181억 원이니까 약 46%가 날라간 셈입니다. 더 큰 문제는 내년 상반기에 만기 예정인 ELS 상품입니다. 아직까지 정확한 손실 금액은 모르지만, 이 역시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큰 상황. 일각에서는 무려 3조 원에 가까운 손실을 내다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마어마하네요.
ELS 상품은 대규모 원금 손실 우려가 있는 상품입니다. ELS 중에서 ‘녹인(knock-in)형’ 상품은 연계된 지수가 일정 수준(보통 50%)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원금을 보전해 주는데, 지수가 50% 이상 하락하면 바로 대규모 원금 손실이 일어나는 구조입니다. 해당 수준을 ‘녹인 기준선’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홍콩H지수가 설마 50% 밑으로 떨어지겠냐는 것에 사람들은 투자를 했는데, 그 설마가 현실이 되어버렸다는 것이지요.
이 기준은 만기 시점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만기 시점까지 한 번이라도 50% 이상 하락한 적이 있는지를 따집니다. 홍콩H지수는 현재 6,000 수준이지만 작년 10월엔 5,020 수준까지 떨어졌었습니다. 이렇게 지수가 반등하더라도 한 번이라도 녹인 기준선을 건드리면 원금을 잃을 수 있습니다. 세상에... 이럴수가... 역시 금융파생상품은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투자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투자 초보자들에게는 정말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저 역시 주식에만 투자해보았지 이런 금융파생상품은 해 본적이 없거든요.
하지만 희망은 있다고 합니다. 만기 전에 녹인 기준선 밑으로 내려간 적이 있어도 만기 시점에서 최종 상환 기준선(일반적으로 70%) 위로 지수가 회복됐다면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습니다. ELS는 보통 3년 만기 상품인데요. 현재 6,000 수준인 홍콩H지수가 내년 상반기엔 7,238~8,560까진 올라야 문제가 조금이나마 해결된다는 것이에요.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냐구요. 사실 홍콩H지수는 잘 나갈때는 12,000선을 넘기도 했었습니다. 그게 언제냐? 바로 2021년 2월이었어요. 그때가 고점... 그 이후로 등락을 반복하며 지금까지 계속 미끄러지고 있습니다.
내년에 문제가 예상되는 ELS의 규모는 약 8조 4,100억 원입니다. 5대 은행(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연계 ELS 중 내년 상반기가 만기인 금액입니다. 특히 국민은행이 녹인형 상품을 많이 팔았는데, 상반기 만기도래 상품 대부분에서 녹인이 발생한 상황입니다. 이야... 이거 내년 상반기에 금융계에 큰 파장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원금손실을 아무래도 피하지 못할 것 같은데... 증시에 제법 큰 노이즈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음... 역발상 투자자들은 또 그러지요. 위기는 또 누군가에게는 기회라고...)
이 상품에 투자한 분들은 지금 정말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분명 기관들에서는 상품을 판매할 때 원금보장이 된다는 부분만 강조했을텐데요... 사실 이런 복잡한 금융 상품을 일반 개인 투자자들이 세세하게 알기도 어려운 법이고, 한번이라도 기준선 밑으로 떨어지기만 해도 원금 손실이 된다는 것만 알려줬더라도 묻지마 투자는 없었을텐데... 하여튼 홍콩H지수가 반등에 성공해서 원금 손실만은 피하길 바래봅니다. 그래야 우리나라 증시에도 악영향을 주지 않을테니까요.
그래서 정부는 기관들이 해당 상품을 판매할 때 혹시 불완전 판매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불완전 판매란 금융상품의 구조와 위험성을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흔히 예적금과 달리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 펀드, ELS 등이 문제가 됩니다. 기대 수익이 높은 점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원금 손실 가능성을 설명해야 완전 판매가 되거든요.
이번 ELS 사태도 불완전 판매가 엮여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거셉니다. 원금손실 가능성뿐 아니라, 홍콩H지수가 변동성이 높다는 특징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고 원금도 보장된다고 추천을 받아 가입했는데, 자산이 반토막 났다는 호소도 들립니다. 에효...
당연히 기관들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충분히 따랐다고 주장할테지요. 불완전 판매를 막기 위해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것입니다. 투자위험을 충분히 설명, 녹취하고 가입 의사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반박합니다. 보통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상품 설명을 들으면 보통 용어도 어렵고 시간도 없고 대충 서명하고 가입하곤 하지 않나요?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상품은 1시간이 넘게 설명을 들어도 모자랄 것 같은데요.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지난 20일부터 홍콩H지수 ELS를 팔아온 은행과 증권사를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사실상의 전수조사입니다. 부디 이번 사태가 원만히 잘 해결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중국의 경제가 살아나야 가능할텐데... 지금까지는 전혀 그럴 것 같아 보이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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