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월 의장이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 인플레이션 잡혀가고, 노동시장이 냉각 조짐을 보이기 때문.
드디어 고금리 시대가 저물어간다.
지난 23일(현지 시각),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잭슨홀 미팅 기조연설에서
“통화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도래했다”
라고 말했다.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 잭슨홀 미팅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이 매년 8월 와이오밍의 휴양지인 잭슨홀에서 개최하는 경제정책 심포지엄.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전문가가 참석해 경제정책, 금융시장 등을 주제로 토론한다. 잭슨홀 미팅은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다.
파월은 2년 전 같은 자리에서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부양책과 공급망 위기 등의 이유로 물가가 급등하자 2022년 3월부터 작년 7월까지 기준금리를 5.25~5.50%로 높였다. 특히, 연준은 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4차례 연속 단행하기도 했다.
# 자이언트스텝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하는 것. 보통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0.25%P씩 조정함. 그러니 당시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방증하는 것이다.
연준의 통화 긴축 정책에 힘입어 어느덧 물가는 목표치인 2%에 다다랐다.
작년 7월 3.4%였던 실업률이 1년 새 4.3%로 오르는 등 그간 뜨겁게 타오르던 노동시장도 냉각될 조짐이 보인다. 이에 연준도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한편, 이달 초 발표된 7월 미국 신규 고용 건수가 11만 4천 개로 급감하자 경기 침체 우려까지 제기됐다. 다만, 파월은 “실업률 상승은 경기 침체의 결과라기보다 노동력 공급 증가와 고용 속도 둔화를 반영한 것”이라며 노동시장 위기가 경기 침체로 인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제 시장은 금리 인하의 폭에 관심이 맞춰지고 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 폭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저 “인하 시기와 속도는 들어오는 데이터, 변화하는 경제전망, 그리고 위험 균형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 뒀을 뿐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연준이 한 번에 금리를 0.5%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일부는 0.25%P 인하가 유력하다고 주장한다. 페드워치(25일 기준)에 따르면, 연준이 금리를 0.25%P 내릴 가능성은 76%에 달한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예상치에 부합하는 추세인 데다가 7월 미국 소매 판매가 전월 대비 1% 증가하는 등 내수도 호조였기 때문이다다.
유럽, 영국, 캐나다, 중국 등에 이어 미국까지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장기간 이어졌던 고금리 시대도 이제 끝날 때가 왔다는 것이 대세다. 잭슨홀 미팅에 참석한 주요국 중앙은행 관계자도 입을 모아 비둘기파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입은 고물가 충격을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해석이다.
파월의 발언 이후 글로벌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증시를 대표하는 MSCI AC 글로벌 지수는 23일 1.2% 상승하며 지난달 12일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미국 S&P500지수는 1.15%,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0.40%, 영국 FTSE100 지수는 0.48% 올랐다. 금리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는 테슬라, 엔비디아와 같은 대형 기술주의 주가도 4% 넘게 급등했다.
이런 분위기와 반대로, 일본은 오히려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일본은 상황이 좀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의 7월 소비자 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하면서 인플레이션이 격화하는 추세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23일 물가가 잡힌다면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해 간다는 자세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기준금리를 0.25%로 인상한 데 이어 금리 인상 기조를 확실히 한 것이다. 일본은 지난 수십년간의 경기침체를 끝내기 위해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려 주는 등 물가 상승을 정부에서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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