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되었던 ASML의 3분기 실적발표는 반도체 업계에 충격이었다. 지난 15일(현지 시각), 네덜란드 반도체 설비기업 ASML의 주가가 16%가량 급락했다. 1998년 상장 이후 최대 낙폭이다. 3분기(7~9월) 매출(75억 유로)과 주당순이익(5.28유로)은 양호했지만, 향후 실적 전망이 나빴다.
먼저, 3분기 장비 예약 규모가 26억 유로(약 3조 9,000억 원)에 그쳤다. 이는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56억 유로(약 8조 3,200억 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내년 실적 전망치 역시 대폭 하향 조정됐다. ASML은 내년 자체 실적 전망치를 당초 전망치(400억 유로) 대비 50억 유로가량 낮춘 300억~350억 유로(약 44조 6,000억~52조 원)로 예측했는데, 이는 시장 전망치(358억 유로)도 밑도는 수치다.
그동안 잘 나가던 ASML의 실적이 나빠진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ASML은 향후 실적 부진 이유로 반도체 업계의 자본 지출(투자)이 둔화한다는 점을 꼽았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만드는 회사로, TSMC나 삼성전자, 인텔 등이 주 고객이다. 최근 구조조정에 돌입한 인텔은 파운드리 자본 지출을 줄이고 있고,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제조 공장의 발주를 미루고 있다.
# EUV 노광장비
7nm 이하의 반도체 초미세공정에 사용되는 생산 장비. 반도체 웨이퍼에 미세한 전자회로를 빛으로 그려내며, 네덜란드 기업인 ASML이 독점적으로 생산한다.
# 파운드리
팹리스 업체가 설계한 반도체 제품을 위탁받아 생산하는 전문 생산 업체. 팹리스는 반도체 설계 기술은 있으나 생산 라인이 없는 기업으로, 파운드리 업체를 통해 위탁 생산을 하고, 이렇게 생산한 반도체를 팔아 이익을 얻는다. 대표적인 팹리스 업체로는 애플, 퀄컴, 엔비디아가, 파운드리 업체로는 TSMC, 삼성전자가 있다.
ASML의 대중국 수출길이 막힌 것도 실적 부진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 미국이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에 나섰기 때문인데, 49%에 달했던 중국 매출 비중은 내년 20%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와 별개로 ASML 실적이 예정보다 하루 먼저 공개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ASML은 기술적 오류로 인해 실적 정보가 자사 웹사이트에 사전 유출됐다고 밝혔는데, 블룸버그통신은 이 실수가 실적 부진을 더 부각했다고 평가했다.
ASML의 실적 부진으로 인한 반도체 산업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우선, 반도체 시장 침체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반도체 수요 회복이 둔화하면서 시장 부진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란 지적이다. 물론, ASML의 실적 부진은 일시적 조정 과정이며,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의 성장으로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한편, 최근 반도체 업계는 AI와 비AI 분야의 차이가 두드러지고 있다. 반도체 제조업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관련 칩의 생산 능력을 높이고, 이외 산업 분야에서는 생산 용량 증대에 소극적인데, AI 열풍에 엔비디아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비AI 부문 반도체 기업들엔 재고가 넘쳐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미국 기업들의 AI 반도체 수출량을 국가별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도 업계엔 걱정거리다. 엔비디아에 HBM 등을 적극 수출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임기 내 시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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