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대전 계족산을 오르며 남기는 산행 후기(계족산 겨울 산행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편안한 주말 보내셨나요? ^^
누구나 젊은 청년 시절에는 남모를 고민과 취업을 위한 도전, 그리고 좌절과 실패를 경험한 일들이 있으실 것 같아요. 저는 20대 시절에 대전에서 수험생활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2007년 당시 대학을 졸업한 후에 취업준비를 위해 일년여 동안 수험생활을 했습니다. 2007년에 여러 시험을 본 적이 있었어요. 그 때 일년간 치른 모든 시험에서 떨어지고 마음이 심란해서 숙소 근처에 있던 계족산을 찾아갔습니다.
계족산은 대전시 대덕구에 위치한 높이 429m 의 야트막한 산입니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대전 시민들에게 휴식과 여유를 주는 산이지요. 등산로와 산책로도 아주 잘 정비되어 있구요. 저는 수험생활 할 때 마음이 답답하면 자주 계족산에 오르곤 했습니다. 계족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대전 시내의 풍경도 멋집니다.
며칠전 수험생활 할 때 적어놓았던 수첩을 넘겨 봤는데 2007년 12월 30일 제가 눈이 많이 내린 계족산을 등산하면서 적었던 산행기가 있더라구요. 그해 시험에서 다 떨어져서 낙담이 컷었고 연말에 마음이 심란해서 눈 내린 계족산에 혼자 등산을 했었답니다. 13년이 흐른 지금도 그때의 계족산 설경이 눈에 선하네요. ^^
당시에 적었던 산행기를 올려봅니다.
청년분들 올 한해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취업준비하는 과정이 녹록치 않으셨을텐데 고생하셨어요. 소기의 목적을 이루셨다면 축하를~ 혹시 낙방하셨거나 실패하셨다면 다시 한번 심기일전 하시고 힘내시기 바래요~ 지금의 실패가 더 나은 결과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눈 덮인 계족산을 오르며...
(오후 2시 34분)
계족산 입구에서 흔적을 남긴다. 들리는 소리는 바람 소리뿐이다.
몇 명 안되는 등산객들이 같이 있어 그나마 적적하지는 않다.
가끔 새 소리도 들린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소복소복 눈 쌓이는 소리도 들린다.
(오후 2시 43분)
산은 아무말이 없다. 잘 닦여진 등산로를 이용하지 않고 투박하지만 왠지 정겨운 산책로를 이용해서 오르기로 했다. 역시 겨울의 산은 다른 계절에 오는 산과 그 운치가 다르다. 흰 눈이 쌓인 계족산은 마치 인자한 할아버지와 같은 느낌이다. 내가 불평 섞인 말을 해도 다 들어줄 것 같다.
이 산에서 오직 나만 색이 바래진 것 같다. 주변은 모두 흰색인데 나만 회색이 된 것 같다. 난 지금, 그리고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야만 하는 것일까? 지금 내가 준비하는 과정들이 과연 제대로 길을 찾은 것일까?
오늘 계족산을 오르며 산이 주는 삶의 지혜를 조금이라도 배웠으면 좋겠다. 아~ 한가지 떠오르는게 있다.
겨울 산행을 하다보니 내려가는 길이 더 어렵고 위험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삶도 그러할까?
지금 내가 목표를 이루려고 노력하는 과정은 나중에 어느정도 위치에 올라가서 겪을 고생에 비하면 그나마 편한 것일지도 모른다. 오로지 목표를 위해 매진하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후 3시 16분, 계족산 팔각정)
계족산은 그리 높은 산은 아니다. 높이 400m 가 조금 넘는 산이다. 하지만 이렇게 편안하고 운치있는 설산은 내게 처음인 것 같다. 눈 덮인 설산에 오르는 기분이 아주 묘하다. 아름다운 설산의 모습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왠지 모르게 감상적이 되는 것 같다.
지금 이정도 눈이면 정수장 코스로 하산해되 될 것 같은데... 그래도 그건 무리겠다 싶다. 정수장 코스는 경사가 심해 자칫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이대로 좋은 느낌을 가지고 내려가고 싶다. 음... 가져간다고 하니까 무언가 속된 것 같다. 연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댔다. 내 소유욕이 이정도다.
2007년도 이렇게 한 해가 지나간다.
나는 이제껏 무엇을 이루고, 이루지 못했나... 최근에는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운 일이다. 이 외에도 속 좁고 욕심 많고 다른 사람을 욕한 적도 있었고... 나는 철이 들려면 아직도 멀은 것 같다. 오늘 산을 오르면서 산이 나에게 보여준 여유로움과 너그러움, 말이 없어도 내 마음을 울리는 그 느낌을 배우고 가자.
그리고 포기하지 말자. 이제 또 다시 시작이다. 세상에 나 혼자는 아니라는 것을 배우고 간다. 오늘 나와 같이 이 산에 오른 다른 사람들 모두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동반자들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그 누구도 혼자는 아닌 것 같다. 왠지 마음에 위로가 된다. 하산할 때 더욱 더 조심하자.
(오후 3시 55분. 하산중에 산 중턱에서)
역시 오르는 길보다 내려가는 길이 더 어렵다. 팔각정에서 내가 가진 초콜릿을 아주머니 몇 분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눠 드렸다. 아주머니께서는 따뜻한 커피와 사과를 주셨다. 산에 와서 따뜻한 인정까지 느끼고 내려간다.
(오후 4시 16분. 하산 완료)
어느새 산 밑 등산로 입구까지 내려왔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아쉬운 마음이다. 역시 눈 덮인 산행에서는 내려오는 길이 더 미끄럽고 위험했다. 왠지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것만 같다. 오히려 지금의 과정은 그나마 쉬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더 많을텐데... 남은 인생의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며 사는가가 더 중요할 지도 모른다.
정상에서 아주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주머니께서 선비마을에 사신다고 하셔서... 내가 선비마을 이름이 참 멋지다고 하니까 아주머니들께서 웃으셨다. 그리고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어떤 어르신 한분께서 등산로와 팔각정에 쌓은 눈을 치우고 계셨다. 어떤분이 어르신에게 좋은일 하신다고 칭찬하자, 그분은 누가 시켜서 하라고 했으면 자기도 하지 않았을꺼라 하신다. 며칠전에 이렇게 눈이 많이 온 날, 팔각정 근처에서 등산객이 넘어지는 것을 본 후 그냥 당신이 치우셔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라 한다. 누가 알아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다. 사소한 일이지만 남을 배려하는 어르신의 모습에서 뭔가 배울 점이 있는 것 같다. 계족산에 와서 아주 많은 것을 느끼고 간다. 혼자서 겨울산에 오니까 그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산만해졌던 마음과 정신도 차분해진다.
- 2007년 12월 30일. 계족산을 다녀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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