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20년만에 찾은 고향 시골 마을에서 느낀 단상...

꿈달(caucasus) 2021.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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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찾은 고향 시골 마을에서 느낀 단상...

 

요즘 예능 방송을 보다보면 어릴 때 살았던 고향에 찾아가 추억을 되새기는 프로그램들이 있지요.

그런 방송을 볼때면 마치 내가 그 동네에 살았던 것처럼 주인공의 심정에 공감을 하게 됩니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을 보낸 추억의 고향 동네가 있을 테지요. 저는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지방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살았는데요. 지금은 온 가족이 도시로 이사를 와서 한동안 고향 마을에 가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며칠 전에 시골 고향 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었어요. 한 20년 만인가?

 

정말 오랜만에 찾은 고향이었는데, 20년 만에 온 것이니까 강산이 두번은 바뀌었을 시간입니다.

지방은 요즘 사람들이 모두 도시로 이사를 가서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지요. 제가 살았던 고향 역시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때 인구수가 18만을 찍었는데, 지금은 5만 남짓 된다 합니다. 제가 찾은 시골 동네도 사람들이 많이 떠나 마을에 적막감이 흐르더군요.

 

 

제가 살던 시절에는 마을 골목길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 갓난 아기가 우는 소리, 동네 어르신들이 정자나무 밑 평상에서 정담을 나누시는 모습들이 일상적이었는데. 그런데 20여년이 흘러 방문한 고향 마을에는 사람을 보기 힘들더라구요. 마을은 너무 고요하고, 빈집도 많고, 사람이 살지 않아 오래된 집들은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마을에 활력이 없더라구요.

 

요즘 지방의 현실이 거의다 이렇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 와보니까 마을에 온기가 없고 활력이 없는게 실감이 났습니다. 시간이 흘러 주변 환경도 많이 바뀌었지만 마을 안길은 그대로였고, 새로 지은 집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어릴 때 골목길을 누비며 자주 다녔던 안길은 그대로였답니다. 어릴적에는 높게만 느껴졌던 담장들이 이제는 제 어깨만 했고 담장 너머의 집 안 모습도 보이더군요. 친했던 친구들의 집도 그대로였습니다. 하지만 친구들 역시 모두 도시로 떠나갔고 그 집에는 부모님들만 남거나,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더군요.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니 누구네 집 아들 아니냐? 그러시며 반겨주십니다. 

 

제 고향은 전형적인 농어촌이었습니다. 동쪽으로는 널따란 들이, 서쪽으로는 서해가 펼쳐져 있었지요.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만한 좁은 마을 안길 공터에 차를 주차하고 동네 여기저기를 거닐어보았습니다.

동네 가운데 있었던 마당은 어릴적 친구들과 구슬치기, 술래잡기, 숨바꼭질, 주먹야구를 했던 퍽이나 널따란 공간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른이 되어서 가보니 그렇게 작은 공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명절이면 서울에서 내려왔던 예쁘장했던 여자아이의 할머니의 집은 사람이 살지 않은지 오래되 관리가 안 되어있더군요. 그 여자아이랑 같이 친구들과 논이며 들로 놀러 다니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동네 밖에 있는 논과 밭에는 공장들이 들어서 있어서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마을 뒤켵에 있는 작은 동산은 그대로였는데, 어릴적 그 동산 소나무 사이에 우리들만의 아지트를 만든다고 나무위에 집도 만들고 가끔 불장난도 하곤 했었지요. 그 산이 그때는 꽤나 큰 산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너무나 작은 동산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산을 보고 있으니 동산에서 뛰어노는 어릴적 제 모습과 친구들이 생생하게 그려지더군요.

 

제가 어릴적 살았던 집에도 가 보았습니다. 마당이며 집은 그대로였는데, 역시나 사람이 살지 않은지 오래되어 집에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집의 뒷마당에는 장독대가 그대로였고, 감나무도 아직 그대로였어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감나무는 더욱 더 큰 것 같았고, 뒷마당 담장부터 지붕까지 넝쿨이 휘감아 올라가 있더라구요. 마음이 좀 씁쓸했습니다.

 

어릴적 이 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과 참 행복하게 지냈었는데 말입니다. 비가 올때면 스레트 지붕에 부딪히는 빗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고 잠이 들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볕이 좋은 날이면 이웃집 옥상 올라가는 계단에 기대어 따사로이 햇볕을 쪼이던 추억도 떠오르구요.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 갑돌이랑 동네 앞 들판에서 같이 뛰어놀던 추억도 생각납니다. 여름이면 친구들과 동네 바닷가에 가서 멱도 감고, 썰물때면 조개도 잡고, 가을에는 망둥어 낚시를 갔었어요. 겨울이면 야산으로 토끼 잡는다고 하루종일 눈밭을 헤치고 다니다 신발이 다 젖어서 돌아와 어머니에게 꾸중을 듣기도 했고요.

 

이런 모든 어릴적 정겨운 추억들이 지금도 가만히 귀 기울이면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저 어릴때는 동네에 친구들도 많았고 학교 끝나고 돌아오면 마루에 가방 던져 놓고, 들이며 논으로 놀러다니곤 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이런 경험이 없겠지요. 대부분 학교, 학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 것 같은데, 자연이랑 벗하는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는 요즘 아이들이 좀 안타깝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고향 마을을 방문했더니 정겹기도 하고 옛 추억을 떠올리며 즐거웠지만, 한편으로는 생기를 잃은 적막한 마을 분위기에 안타까움도 느끼면서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보니 저도 어느새 40대 아저씨가 되어 있네요. 역시 가는 시간을 잡지 못하네요. 하루 하루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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