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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게릴라 반군을 무너뜨린 ‘감성’ 캠페인(광고)의 힘 / 뮬런로웨 그룹 호세 소콜로프 회장의 크리스마스 작전

꿈달(caucasus) 2021.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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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게릴라 반군을 무너뜨린 ‘감성’ 캠페인(광고)의 힘

- 뮬런로웨 그룹 호세 소콜로프 회장의 크리스마스 작전 -

 

남미는 유독 축구를 좋아하는 나라들이 많지요.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칠레 등 그 축구 열기만큼이나 뛰어난 선수들도 많이 배출되고요. 이 중에서도 콜롬비아는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정치적인 이유로 내전에 휩싸인 나라였습니다.

 

콜롬비아 정부에 반기를 든 무장 게릴라, 바로 FARC(콜롬비아 무장혁명군)라는 조직인데요. 이 조직은 콜롬비아 정부에 반대하고, 기득권층을 타파하여 좌익정부를 수립하기 위해서 결성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무장 반군은 유괴, 강탈, 마약 밀거래, 불법 광산업 등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었지요.

 

2000년 초반까지 게릴라 조직의 규모는 약2만명으로 추산되었으며, 50여년간 FARC로 인해 실종된 콜롬비아 국민은 약570만명이며 22만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앞서 축구 예기를 왜 꺼냈느냐 하면 이들 반군 조직을 와해하려는 시도중 한가지 소재로 축구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FARC를 무너뜨리기 위해 정부가 어떤 시도를 했는지 살펴보도록 하지요.

 

 

처음에 정부는 이들 반군을 무너뜨리기 위해 군사적, 정치적 해법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무력으로 진압하고, 정치적으로 회유하려 해도 FARC는 더욱 견고해져갔지요. 그래서 정부는 색다른 방법을 시도해보기로 합니다. 바로 게릴라 병사들을 설득하여 귀환시키려는 홍보 전략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세계적인 광고대행업체 뮬런로웨 그룹호세 소콜로프 회장에게 FARC를 무장 해제하고 내전을 종식시켜달라는 의뢰를 하게 됩니다. 호세 소콜로프 회장은 처음에는 반군들이 조직을 이탈하게 하기 위해 탈출에 성공한 병사들의 사연을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로 송출했습니다. 또는 헬리콥터를 이용해 반군들의 근거지 주변에서 확성기로 귀환하라고 방송을 했지요. 하지만 이같은 방법은 소용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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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회장은 고민 끝에 반군을 탈출한 60여명의 병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인터뷰 후 호세 회장은 그들 역시 평범한 일반 시민들과 다름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대부분의 반군들은 어린시절에 납치되어 강제적으로 군사교육을 받았고 조직을 탈출하고 싶어도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대다수의 게릴라 병사들 역시 피해자였던 것이었습니다.

 

호세 회장은 그동안의 홍보 전략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는, 인간적이고 감성을 건드리는 캠페인을 기획하게됩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2010년에 시도한 ‘크리스마스 작전’입니다. 호세 회장은 반군들이 주로 이용하는 이동 루트 곳곳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하였습니다. 트리에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도 걸어놓았지요.

 

 

“정글에도 크리스마스가 왔네요. 크리스마스에는 모든 것이 가능해요.”

 

이 캠페인의 효과는 놀라웠습니다. 반군들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고 331명의 게릴라 병사들이 귀환을 했습니다. (이 캠페인은 2012년 칸 국제광고제에서 티타늄 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상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광고의 틀을 깨는 아이디어에 주는 상입니다.)

 

이 후 2012년에는 일명 ‘베들레햄 작전’을 시도합니다. 정글 안에서 활동했던 게릴라 병사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산간 마을 곳곳에 반짝이는 별을 달아놓는 캠페인이었습니다. 이듬해엔 게릴라 가족들이 작은 선물이나 편지 등 약 6천개의 굿즈를 반짝이는 플라스틱 공에 담아 정글을 흐르는 강물에 띄워 보내는 ‘불빛 강물’ 캠페인을 시도했지요. 이 캠페인으로 반군 병사들은 평균적으로 6시간마다 1명씩 돌아왔다고 합니다.

 

antes de ser guerrillera, Eres mi hijo / 네가 게릴라가 되기전에, 너는 나의 아들(딸)이었단다.

2014년 크리스마스에는 반군들의 어릴적 사진들을 정글 곳곳에 붙여놓고는 사진속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쓴 메시지를 적었지요. 예를 들면 “게릴라가 되기 전에 너는 내 아들이었다. 어서 집으로 돌아오렴... 엄마가 널 기다리고 있단다.” 이같은 가슴 뭉클한 메시지는 게릴라 반군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지요. 또한 같은 해 개최된 브라질 월드컵 무렵에는 텔레비전, 라디오 등 모든 매체를 통해 귀환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송출했습니다. “어서 정글에서 나오렴. 너와 함께 축구를 보고 싶구나. 너의 자리도 준비해 놓았단다.” 콜롬비아 국민들은 축구를 매우 좋아했기에 이 캠페인 역시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호세 회장은 이렇게 8년 동안 감성을 자극하는 귀환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쳤고, 그 결과 귀환한 게릴라 반군의 수는 약 1만 7천여명에 달했습니다. 병사들의 이탈이 계속되자 결국 FARC는 정부와 평화협정을 맺고 내전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지요. 정말 지성이면 감천이지요.👍

 

이 예기는 얼마전에 라디오에서 들었던 이야기랍니다. 저는 이 사례를 듣고 마음이 한켵이 따뜻해짐을 느꼈습니다. 어릴적 읽었던 햇님과 바람의 내기 이야기도 떠오르더라구요. 햇님과 바람이 나그네의 외투를 누가 먼저 벗겨내는지 내기했던 이야기 말이에요. 바람은 더욱 거세게 바람을 불었지만 나그네는 외투를 더욱 움켜 쥐었지요. 하지만 햇님은 따뜻한 햇살을 나그네에게 계속 쪼여주자 나그네는 덥다며 스스로 외투를 벗었지요. 마치 호세 회장이 했던 감성을 자극하는 캠페인이 이 이야기에 나오는 햇님과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한 나라가 같은 민족끼리 내전에 휩싸인다면 정말 비극적인 사건일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도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잖아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무력으로 대응하면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예수님도 자기를 잡아가려는 로마병사에게 베드로가 칼을 휘둘러 귀를 베자, 로마병사의 다친 귀를 고쳐주시며 베드로에게 저항하지 말라며 “칼로 흥한 자는 결국 칼로 망한다”고 하셨잖아요. 여러 이야기를 통해서 배울 수 있듯이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복잡해야만 하거나 또는 무력을 사용해야 하거나, 꼭 어려워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현재 남과 북으로 갈라져서 서로 대립하고 있는데, 콜롬비아의 따뜻한 감성 캠페인 사례를 통해 배울 점이 있는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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