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2차 세계대전 나치에 협력한 전범 과학자들을 포섭하라! 미국의 페이퍼클립 비밀작전

꿈달(caucasus) 2021.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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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나치에 협력한 전범 과학자들을 포섭하라! 미국의 페이퍼클립 비밀작전

- 도덕적 양심을 선택할 것인가? 국익을 위할 것인가? -

 

여러분, 혹시 90년대 인기리에 방영했던 미드 <엑스 파일>을 아시나요?

이 드라마를 아신다면 여러분은 세대 인증입니다. ㅋㅋ 이 드라마는 외계인이나 미스테리한 사건 등을 소재로 비밀을 파헤치는 드라마인데요. 제 기억으로 시즌10 까지 제작될 정도로 아주 인기가 많았던 드라마입니다. 지금도 가끔 드라마 오프닝 음악이 방송에서 쓰일때가 있지요. 주인공이었던 멀더와 스컬리의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합니다. 여담으로 미국 이공계에서 일하는 여성 절반이 미드 ‘엑스 파일(The X-Files)’의 여주인공 다나 스컬리의 영향을 받았다는 연구결과도 있지요.

 

90년대 늦은밤까지 tv를 보게 만들었던 중독성 강한 미드 엑스파일

이 엑스파일의 시즌3에서 흥미로운 소재의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바로 미국이 냉전시대에 실행했던 <페이퍼클립 작전>입니다. 이 작전은 쉽게 말해서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었던 독일의 나치 정권에 협력했던 독일의 우수한 과학자들을 미국으로 포섭한다는 내용입니다. 당시 독일의 앞선 무기 기술과 우수한 과학 인재들을 미국으로 끌어들여 소련과의 냉전시대에서 우위를 점하는데 이용한 것이지요.

 

2차 세계대전은 1945년 9월 2일 공식적으로 종전이 선언되었는데, 이 전쟁으로 인류는 사상 최악의 희생을 치르게 됩니다. 연합국과 주축국의 군인과 민간인을 합쳐 약7300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전쟁 기간 중에 사라진 재산과 인류 문화유산의 가치는 추정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참혹한 전쟁이 끝나갈 즈음 미국과 소련은 양립할 수 없는 체제로 서로 경쟁하게 될 것임을 인지하게 되는데요. 바로 냉전(cold war)의 시작입니다. 소련은 냉전을 대비해 미국보다 먼저 패전국이 된 독일의 과학자, 공학자, 기술자 등을 잡아들여 활용할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이에 미국 또한 이들 ‘인재’들을 소련에 빼앗기기 전에 미국으로 불러들여 정부기관 소속 과학자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면서 통칭 ‘페이퍼클립(Paperclip)’ 작전을 수립합니다.

 

 

이 계획은 나치 독일의 과학자들이 미국을 위해 일하게 함으로서 독일의 과학 기술을 흡수하고, 더 나아가 향후 진행될 우주 개발 사업도 미국이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실행되었지요. 나치에 협력한 전범자인 나치 과학자들을 포섭하여 체제 경쟁에 이용한다니... 이것은 다분히 논쟁의 요소가 있지요. 바로 전범자들이 저지른 죄악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소련이 도덕적 양심을 저버리고 이렇게 독일 과학자들을 탐낸 이유는 분명 있었습니다.

독일은 전쟁 초기부터 혼자서 유럽 여러나라를 상대했습니다. 전쟁이 후반기로 갈수록 독일은 소련 침공에 실패했고, 막강한 물자와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이 참전하게 되자 궁지에 몰립니다. 이에 나치는 독일의 우수한 과학자들을 모두 후방으로 불러모아 전세를 한방에 역전시킬 첨단무기들을 연구 개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들 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을 이용한 독일은 이들의 사상을 검증할 필요가 있었어요.

그래서 독일 군사연구협회의 베르너 오젠베르크(Werner Osenberg, 1900~1974) 회장이 이 업무를 맡았습니다. 일명 ‘오젠베르크 리스트’로 불린 이 명단의 일부가 1945년 3월 독일 본(Bonn) 대학교 화장실에서 연합군에게 입수됐고, 영국의 해외 첩보부(Mi6)는 이 명단을 미 정보기관과 공유했지요. 미 육군 병기병과의 로버트 스테버(Robert Staver) 소령은 이 명단에 기초해 미국이 체포해야 할 과학자들의 명단을 짜면서 ‘스테버 리스트’라고 명명했습니다.

 

이 명단에 근거해 독일 과학자들을 체포할 목적을 가졌던 ‘오버캐스트(Overcast)’ 작전은 페네뮌데(Peenemünde)에서 V-2 로켓 개발을 진행 중이던 과학자들을 대량으로 체포하면서 성격이 바뀌었습니다. 미군은 나치 과학자와 이들의 가족들을 확보하기 위해 남부 독일 바이에른 주 란츠후트에 그들의 거처를 마련해주었습니다. 미국은 1945년 7월부터 이렇게 빼낸 과학자들의 명단을 작성하면서 항공역학 분야나 로켓 과학 분야의 과학자를 중심으로 미 정부가 고용하고 싶은 인물들에 대해서는 인사정보 파일에 종이 클립(Paperclip)을 끼워두는 방법으로 은밀하게 표시를 했고, 이를 계기로 작전명은 ‘오버캐스트’에서 ‘페이퍼클립’ 작전으로 변경했습니다.

 

1947년까지 미국이 확보한 인력은 1600명의 과학자와 이들의 가족 약 3700명이었으며, 이들은 1945년부터 순차적으로 미국에 도착해 각각 전문분야에 맞춰 미 육군, 미 공군, 미 항공우주국(NASA) 등 다양한 기관에 채용되었습니다. 이 작전은 1959년까지 진행됐으며, 미 정부는나치 독일 출신 엔지니어들을 미국의 군수무기 업체인 록히드(Lockheed), 마틴-마리에타(Martin-Marietta), 노스 아메리칸(North American) 등에 채용시켰습니다.

 

페이퍼클립 작전의 대표적인 나치 전범 과학자 베르너 폰 브라운 박사(양복입는 사람)

이 당시 미군에 포섭된 유명한 과학자로는 나치 독일에서 V-2 로켓을 개발한 후 미국에서 새턴 5호(Saturn V) 달 탐사 계획을 총 지휘한 베르너 폰 브라운(Werner von Braun, 1912~1977) 박사가 있으며, 120명의 독일 출신 과학자를 이끌고 케이프 커네버럴(Cape Canaveral, 케네디 우주센터로 개명)에서 새턴 5호 개발을 지휘한 열렬한 나치 지지자였던 쿠르트 데부스(Kurt Debus) 박사가 있습니다. 나사에서 활동한 후베르투스 슈트루크홀트(Hubertus Strughold) 박사는 우주복과 다양한 우주 생명지원 장치들을 개발해 우주개발 사업에 크게 기여했고, 나치 독일의 생명공학자였던 쿠르트 블로메(Blome) 박사는 미군의 화학무기 방호능력 확충을 위해 헌신했지요. 하지만 나치 독일에 협력했던 전력이 있는 이들 과학자들의 과거 전범기록들은 계속해서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습니다.

 

페이퍼클립 작전은 인류 최악의 반인륜적 범죄를 일으킨 나치 독일에 협력했던 과학자들을 사면했다는 점 때문에 아직까지도 논란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작전을 옹호하는 측의 주장도 만만치 않은데요. 만약 이들 나치 과학자들이 소련에게 넘어갔다면, 독일의 첨단 과학은 소련의 손에 들어가 냉전 간 ‘힘의 균형’은 공산진영으로 쏠렸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결과를 떠나서 나치에 협력한 전범 행위에 대한 모든 처벌과 책임을 면제시켜준 도덕적 양심을 훼손했다는 것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들은 분명 나치를 위해 협력했기에 전범자이지만, 미국에서 이룩한 과학적 업적은 인류의 문명 발전에 큰 이바지를 하기도 했지요.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듯이 이들이 과거에 저지른 죗값은 치러 마땅하겠지만 그러한 죄악을 속죄하듯 남은 여생동안 과학발전에 열정을 바친 공로 또한 인정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들 모두가 자발적으로 나치에 협력하려 한 것은 아니겠지요. 2차 세계대전 중의 나치는 개인의 인권이나 양심을 철저히 무시하고 나치를 위해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했으니까요. 미국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작전도 입안해서 실행한다는 점에서 역시 모든 나라들은 자국의 실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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