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안단테, 달팽이를 통해 삶의 용기와 희망을 되찾은 이야기
한차례 소나기가 흠뻑 세상을 적시었다.
비가 그치고 한적해진 돌담길을 천천히 걸었다. 소나기에 촉촉히 젖은 돌담길을 따라걷자 돌담을 휘감은 담쟁이 넝쿨잎 사이로 느릿느릿 기어가는 귀여운 생물이 있다. 바로 달팽이다.
어린시절 동네 안길의 돌담과 벤치, 골목길 구석의 민들레 주변에서 달팽이를 흔히 볼 수 있었다. 지금은 도시에서 달팽이를 구경하기 어렵지만 아직도 시골에 가면 세상 여유롭게 미끄러지듯 기어가는 달팽이를 볼 수 있다.
달팽이 안단테라는 이 책은 희귀병을 앓고 오랜 세월을 병상에 누워 생활하던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의 에세이 이자 그녀에게 희망을 전해준 달팽이 안단테와의 우정을 그린 이야기다. 2011년에 출간된 오래된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엘리자베스의 담백하고 담담한 서술이 달팽이에 대한 자연사적 고찰과 투병 생활중에 느낀 감정들을 진솔하게 전달하고 있다.
엘리자베스는 유럽여행 중에 이름 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만다.
불치병이자 이름도 모르는 바이러스에 전염되면서 전신이 마비되고 20여년을 침상에 누워 생활했다.
누구라도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좌절감과 허무함으로 낙담하게 될 터이다.
그러던 중 병문안을 온 친구가 선물해준 제비꽃 화분에 우연히 달팽이 한마리가 있었다.
이때부터 달팽이와 1년여를 병실에서 같이 동거하며 달팽이를 관찰하고 이를 기록하였다. 이 책은 달팽이에 대한 자연사적 기록이며 지은이가 병중에 느낀 개인의 단상을 적은 에세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O. 헨리의 마지막 잎새가 떠올랐다.
중병을 앓던 존시가 창 밖에 매달린 마지막 잎새를 보며 희망을 잃지 않았듯, 엘리자베스 역시 달팽이 안단테를 친구로 삼으며 삶의 용기와 희망을 얻게 되었다.
병문안을 온 친구가 정원에서 가져온 제비꽃에 우연히 달팽이 한마리가 있었다.
그 달팽이는 엘리자베스에게 용기, 희망, 삶에 대한 깨달음을 전해주었다. 엘리자베스는 안단테에게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 달팽이 관련 서적을 열공해가며 나중에는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전해준다.
엘리자베스는 안단테와 1년여를 동거하며 달팽이의 학명, 생물학적 분류, 달팽이의 의식주, 그리고 생식활동 등 달팽이의 모든 것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기록하였다.
엘리자베스는 영원히 완치될 수 없을지도 모를 질병 때문에 하루종일 누워서 생활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비관하고 절망할 수 있었지만 안단테를 통해 삶의 용기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녀는 후에 다행이 몸이 어느정도 회복되어 정상인처럼 완벽하지는 않지만 일상생활을 영위할 정도로 치유되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달팽이가 얼마나 신비하고 지혜로운 생물인지 알게 되었다.
달팽이는 진화론적인 면에서 어느 부분은 우리 인간들보다 생존에 최적화된 생물이다.
특히 암수 구분이 없는 자웅동체이면서 자신의 정자를 이용해 수정하지 않고 다른 달팽이의 정자를 받아 수정시킨다든지, 상대방을 받은 정자를 몸 속에 보관하여 수정하기 좋은 환경이 올때까지 보관하고 있다가 수정을 시켜 건강하고 유전적으로 우세한 자손을 남긴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또한 달팽이의 집은 조금만 힘을 주어도 부서질 듯 약하지만 생각처럼 약하거나 단순하지 않았다. 달팽이는 태어나면서부터 등에 조그만한 집을 안고 태어난다. 달팽이의 집은 해가 지날수록 점점 커져 자신의 몸을 숨길 수 있을 정도로 커진다. 달팽이의 집은 적으로부터는 자신을 지키고 겨울과 여름에는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최적의 거주공간이 되어 준다.
또한 달팽이가 지나가면 바닥에 점액을 남기게 되는데. 이 점액은 달팽이와 같은 복족류들이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 점액질을 분비하며 달팽이는 느리지만 미끄러지듯 이동할 수 있다. 이 점액질을 이용하여 달팽이는 날카로운 칼날 위도 손쉽게 넘어갈 수 있다. 그리고 달팽이의 점액에는 항균 성분이 있어서 상처를 치료하고 손상된 피부를 회복시켜준다. 일부 화장품 광고에서는 달팽이 점액 성분을 강조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이것에 있다.
아무 생각없이 단순하게 바라보면 세상에서 제일 하찮아 보일 것 같은 존재가 바로 달팽이다.
달팽이는 느려 터져서 느림보의 대명사이고 껍질도 약해 쉽게 부서져 버릴 것 같은 연약한 존재같아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달팽이처럼 생존에 최적화되도록 진화된 생물도 없다. 또한 그 종의 종류 또한 수백여종이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소라, 고둥 등도 달팽이와 사촌관계이고 달팽이 집이 없는 민달팽이류도 달팽이의 한 종류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세상 그 무엇도 쓸모없이 만들어진 것은 없는 것 같다.
물론 달팽이가 농부들이 애써 가꿔놓은 채소를 먹어치워 망쳐 놓기도 하지만 달팽이의 배설물은 토양을 건강하게 유지시켜주는 천연 비료이기도 하다.
달팽이도 이처럼 평화롭고 지혜롭게 자신들의 영역안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데 인간들은 어떠한가? 금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염도 박쥐나 천산갑이 몸에 좋다하여 잘못된 보양 식문화에서 촉발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러한 잘못된 식문화 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자연 생태계의 파괴도 심각하다. 브라질의 아마존 삼림이 무문별하게 파괴되어 가고 있고 온실가스의 증가로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고 있다. 지구에서 유일하게 자연을 이기적으로 파괴하고 있는 종은 인간이 유일하다.
인간들의 이기적인 무분별한 개발이 지속된다면 자연은 파괴되고 지구 생태계는 근간이 흔들리게 될 것이다.
코로나 사태와 같은 전염병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 환경 호르몬 등 인간의 이기적인 행동의 피해는 고스란이 인간에게 다시 돌아올 것이다. 지구에는 인간만이 혼자 살아가고 있는게 아니다. 다른 생물들의 생명도 존중하며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개발이 필요한 시대이다.
예기가 너무 앞서 나갔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달팽이의 지혜로운 삶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사에 대해서도 고민할 기회가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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