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만일 100명의 사람이라면...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 책
살짝 늦은밤... 잠이 안온다.
거실에서 스마폰으로 이것저것 기사를 훓어보기도 하고 게임을 해보기도 하다가 심심해서 작은방에 있는 서가에서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살펴본다.
오래된 책들 가운데 얇고 예쁜 디자인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책의 제목은 바로 세계가 만일 100명의 사람이라면... 이라는 책이다.
2002년에 1쇄 발행이 되고 2003년 1월 20일에 초판 6쇄 발행이란다.
그렇다면 내가 들고 있는 이 책은 아마도 2003년 1월 20일에 만들어진 책일 것이다.
2003년이라... 지금이 2020년이니 무려 17년 전에 나온 책이다.
그리고 내가 17년 전에 이 책을 읽었다는 것이겠지...
이 책을 읽게 된 동기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나는 그때 군대를 막 제대한 복학생이었다.
대학교에 다시 돌아가기전 집에서 잠깐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쉬던 때였는데, 그때 내가 다니던 교회에 장로께서 이 책을 추천해주셨다. 왜 내게 이 책을 추천해줬을까?
어떤 이유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때 당시 이 책을 읽고는 크게 감동을 받지 못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데 어제 밤, 잠이 오지 않아 이 책을 다시 읽었는데 20대 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묘한 감동과 현재의 내 삶에 주어진 모든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전 세계 63억의 인구를 100명의 마을로 축소해보면 현재 마을의 상황이 어떠한지를 그림 동화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2020년인 지금은 지구촌의 인구수가 77억명을 넘었다.)
2000년 초반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기 시작할 즈음 누군가로부터 시작된 <세계가 만일 100명의 사람이라면...> 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이 마치 유리병 속의 편지처럼 국경을 넘어 전세계 사람들에게 퍼져나가기 시작한 데서 유래한다.
마치 어릴적 누군가로부터 받았던 기분이 매우 찜찜했던 행운의 편지처럼... 말이다. 한편으론 생각해보면 이메일이 개발되기 전에 누군가는 행운의 편지를 정성껏 손편지로 써서 전달했으니 그 노고도 만만치 않았겠다.
사실 이 책의 진짜 시작은 당시 저명한 환경학자였던 미국의 도넬라 메도스 박사님께서 어느 신문사의 칼럼에 <세계 마을의 현황 보고>라는 칼럼을 실었는데, 그 칼럼의 시작이 “만일 세계가 1,000명의 마을이라면”을 시작한다. 바로 그 칼럼이 이 메시지의 시작이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
누군가가 이 칼럼의 일부를 메일에 실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냈고 메일을 받은 사람은 본문에 자신의 생각을 첨언하거나 또 다른 내용을 추가하여 누군가에게 또 메일을 보낸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되풀이 되어 당시 <세계가 만일 100명의 사람이면...> 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이 전세계에 퍼지게 되었다. (이와 같이 인터넷상에 널리 퍼진 민화나 이야기를 네트로어라고 한다.) 오래된 책이다 보니 쉽게 구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책의 본문 내용을 적어보겠다.
<세계가 만일 100명의 사람이면...>
지금 세계에는 63억의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그것을 100명 사는 마을로 축소시키면 어떻게 될까요?
100명 중 52명은 여자이고 48명이 남자입니다.
30명은 아이들이고 70명이 어른들입니다.
어른들 가운데 7명은 노인입니다.
90명은 이성애자이고 10명이 동성애자입니다.
70명은 유색인종이고 30명이 백인입니다.
61명은 아시아 사람이고 13명이 아프리카 사람 13명은 남북 아메리카 사람
12명이 유럽 사람 나머지 1명은 남태평양 지역 사람입니다.
33명이 기독교 19명이 이슬람교 13명이 힌두교 6명이 불교를 믿고 있습니다.
5명은 나무나 바위 같은 모든 자연에 영혼이 깃들여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24명은 또 다른 종교들을 믿고 있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믿지 않고 있습니다.
17명은 중국어로 말하고 9명은 영어를 8명은 힌디어와 우르두어를
6명은 스페인어를 6명은 러시아어를 4명은 아랍어로 말합니다.
이들을 모두 합해도 겨우 마을 사람들의 절반밖에 안됩니다.
나머지 반은 벵골어, 포루투갈어, 인도네시아어,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 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말합니다.
별의별 사람들이 다 모여사는 이 마을에서는 당신과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일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일들을 안다는 것이 가장 소중합니다.
또 이렇게도 생각해보세요.
마을에 사는 100명의 중 20명은 영양실조이고 1명은 굶어죽기 직전인데
15명은 비만입니다.
이 마을의 모든 부 가운데 6명이 59%를 가졌고 그들은 모두 미국 사람입니다.
또 74명이 39%를 차지하고 겨우 2%만 20명이 나눠가졌습니다.
이 마을의 모든 에너지 중 20명이 80%를 사용하고 있고 80명이 20%를 나누어 쓰고 있습니다. 75명은 먹을 양식을 비축해 놓았고 비와 이슬을 피할 집이 있지만 나머지 25명은 그렇지 못합니다. 17명은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마실 수조차 없습니다.
은행에 예금이 있고 지갑에 돈이 들어있고 집안 어딘가에 잔돈이 굴러다니는 사람은
마을에서 가장 부유한 8명 안에 드는 한 사람입니다.
자가용을 가진 사람은 100명 중 7명 안에 드는 부자입니다.
마을 사람들 중 1명은 대학교육을 받았고 2명은 컴퓨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14명은 글도 읽지 못합니다.
만일 당신이 어떤 괴롭힘이나 체포와 고문,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과 양심에 따라 움직이고 말할 수 있다면 그렇지 못한 48명보다 축복을 받았습니다.
만일 당신이 공습이나 폭격, 지뢰로 인한 살육과 무장단체의 강간이나 납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그렇지 않은 20명보다 축복받았습니다.
1년 동안 마을에서는 1명이 죽습니다. 그러나 2명의 아기가 새로이 태어나므로 마을 사람은 내년에 101명으로 늘어납니다.
이 메일을 읽는다면 그 순간 당신의 행복은 두 배 세 배로 커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에게는 당신을 생각해서 이 메일을 보내준 누군가가 있을 뿐 아니라 글도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행복은 지금 당신이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세상에 풀어놓은 사랑은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온다고.
그러니까 당신은 맛을 깊이 음미하며 노래를 부르세요.
하루하루를 정성스레 살아가세요.
그리고 사랑할 때는 마음껏 사랑하세요.
설령 당신이 상처를 받았다 해도 그런 적이 없는 것처럼.
먼저 당신이 사랑하세요.
이 마을에 살고 있는 당신과 다른 모든 이들을.
진정으로 나, 그리고 우리가 이 마을을 사랑해야 함을 알고 있다면 정말로 아직은 늦지 않았습니다. 우리를 갈라놓는 비열한 힘으로부터 이 마을을 꼭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꼭.
책 내용은 말 그대로 63억의 인구를 100명이 사는 마을로 축소해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가 어떠한 상황이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곰곰이 짚고 있다. 이야기 형식을 띠고 있지만 사실 이 책이 말하고 있는 메시지는 무겁다. 인류가 처한 부의 양극화, 빈곤, 기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부 개발도상국과 3세계 국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 등이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경제적, 물질적, 문화적으로 풍요롭고 민주주의 가치가 잘 작동하고 있는 나라가 된 것은 불과 100년도 안된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우리들에게 주어진 풍요와 평화로운 일상은 쉽게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겠거니 싶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현재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정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한편으로는 아직도 기아와 전쟁, 범죄, 질병으로부터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되니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이 책의 말미에 나오는 것처럼 나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하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크지는 않겠지만 작게나마 세상을 이롭게 변화시켜야겠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살아가야 하겠다. 국제구호단체에 소액으로 기부한다든지 길거리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거나 분리수거도 잘하고, 이왕이면 짧은거리는 걸어다닌다거나... 일상 생활속에서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의 변화가 뭔가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이롭게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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