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미국 증시의 상승을 이끈 산업의 주역은 바로 AI입니다. 오픈AI로 촉발된 생성형 인공지능의 대중화로 인해 인공지능 산업은 활짝 꽃이 만개했는데요. 이렇게 인공지능이 각광을 받게 되자 자연스레 인공지능 운용에 필수적인 AI 반도체 산업 역시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았습니다.
AI 반도체 산업의 주인공은 역시 ‘엔비디아’ 였습니다. 엔비디아의 기업 가치는 현재 1500조원이 넘어갑니다. 하지만 이렇게 훌륭하고 어마무시한 엔비디아의 시작은 정말 초라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오늘은 엔비디아의 창업 초기 시절의 이야기를 알아볼까 합니다. 🕵️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엔비디아는 현재 CEO인 젠슨 황에 의해 세워졌습니다. 젠슨 황은 올해의 CEO에 선정되기도 했다고 하지요. 이코노미스트는 ‘S&P 글로벌 1200 지수’에 포함된 주요 기업들의 주주 수익률, 직원들의 CEO 지지도, 회사에 대한 사원 만족도를 종합해 젠슨 황 CEO가 최고의 CEO 1위를 차지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사실 엔비디아는 젠슨 황 말고도 2명의 공동 창업자가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1993년 실리콘밸리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던 세 명의 창업자들에 의해서 세워졌습니다. 항상 가죽 점퍼를 입고 다니는 현재 CEO인 ‘젠슨 황’과 ‘커티스 프리엠’, ‘크리스 말라코스키’ 이렇게 세 명이 공동으로 창업한 회사입니다.
1993년은 인텔이 펜티엄(i586) CPU 를 출시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3.1 이라는 새로운 OS를 선보인 시기입니다. 그리고 이때 우리나라는 대전 엑스포를 개최하기도 했지요. 저도 중학생이던 이 시기에 대전 엑스포에 가서 참으로 신기한 IT 경험들을 했던 추억이 새록새록떠오릅니다. 당시 엑스포 행사장에서 만져본 ‘터치 스크린’이 가장 신기했던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자기부상열차도 있었어요. 🤗
하여튼 이렇게 1993년 당시는 컴퓨터와 관련한 IT 기술들이 한 차원 더 진보하던 시기였습니다. MS가 선보인 윈도우 3.1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전까지만 해도 컴퓨터를 구동하는데 텍스트 명령어를 사용하던 MS-DOS에서 지금은 누구나 당연하게 사용하는 GUI 인터페이스가 막 도입되던 시기였습니다. 현재의 윈도우나 스마트폰을 이용할 때 GUI 인터페이스가 사용되지요.
# GUI(graphical user interface)
> 사용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입출력 등의 기능을 알기 쉬운 아이콘 따위의 그래픽으로 나타낸 것.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화면 위의 물체나 틀, 색상과 같은 그래픽 요소들을 어떠한 기능과 용도를 나타내기 위해 고안된 사용자를 위한 컴퓨터 인터페이스.
특히 1990년대는 게임 쪽에서 더 우수한 그래픽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었습니다. 1993년 id소프트에서 개발했던 ‘둠(Doom)’이라는 게임을 아시나요? 저도 어릴 때 이 게임에 푹 빠져 산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투박했던 그래픽이지만 그래도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호러 게임이라서 무섭기도 했고... 😱
이렇게 당시는 게임 분야에서 좀 더 멋진 그래픽으로 표현하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었습니다. 3D 그래픽으로 출시되는 게임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였지요. 이런 시대적 변화의 흐름에 엔비디아의 창업자들은 앞으로 그래픽이 점점 중요해지니까, 그래픽 처리를 잘 해주는 반도체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엔비디아 창업 당시 운이 좋게도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VC인 ‘세콰이아캐피털’의 투자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시작은 초라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엔비디아가 개발해서 출시한 제품들이 시장에서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내놓는 제품마다 제대로 말아먹었다고 표현해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엔비디아는 창업 이후 3년 동안 두 개의 제품을 출시했다고 합니다. 첫 제품인 NV1 (NVDIA) 은 25만대를 도매상에게 넘겼는데 경악스럽게도 24만 9000대가 반품되었습니다. 결국, 1000대만 팔렸다는 것입니다.
젠슨 황은 자신들이 개발한 ‘NV1’을 ‘문어’같은 제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들이 개발했던 첫 번째 제품이었는데, 욕심이 컷던지 이것저것 다양한 기능을 넣었다고 합니다. 3D 그래픽 처리 기능은 기본이고, 오디오 기능, 게임포트, 가속기 등등 모든 기능을 다 집어 넣다 보니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비쌌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스위스 아미 나이프’라는 평가도 받았다고 해요. 스위스 아미 나이프처럼 이것 저것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실제로는 제대로 쓰이지 않고 멋 만 낸 제품이라는 야유였습니다.
두번째 제품인 ‘NV2’ 는 일본의 게임회사 세가와 함께 개발하기로 했는데, 새로운 반도체를 개발하다보니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엔비디아는 사각형 기반의 그래픽을 렌더링하는 반도체(그래픽카드)를 개발하고 있었는데 다른 회사들은 모두 삼각형 기반으로 개발하고 있던 것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윈도우에서 내놓을 예정인 다이렉트X에서도 ‘삼각형만’지원한다는걸 알게 됐습니다.
이처럼 위기를 맞은 엔비디아는 세가의 사장 이리마리지 쇼이치로 사장을 만나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세가와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한 프로젝트를 중단하자고 말합니다. 대신 투자금은 그냥 달라고 말이지요. 세가 입장에서는 좀 어이가 없었겠지요. 하지만 세가는 엔비디아의 가능성을 믿고 투자금을 그대로 줬습니다. 당시 세가에서 투자한 금액은 500만달러였다고 합니다.
만약 엔비디아가 NV2 를 사각형 기반으로 세가와 개발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엔비디아는 반드시 망하겠죠. 하지만 엔비디아가 생존하려면 세가의 돈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젠슨 황 CEO 는 세가의 이리마리지 쇼이치로 사장을 털어나서 솔직하게 얘기했죠.
엔비디아는 세가에게서 받은 500만달러를 가지고 세 번째 제품 개발에 착수합니다. 이 때가 초창기 엔비디아의 입장에서는 거의 사면초가 입장이었습니다. 이번 제품 개발에 실패하고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이제 끝이나 다름 없는 상태였습니다. 엔비디아로서는 배수에 진을 치는 각오로 시장에서 먹혀 들어가는 그래픽 반도체 개발에 반드시 성공해야만 했습니다.
젠슨 황 CEO 는 뚝심으로 밀어부쳤습니다. 절치부심 끝에 개발한 세 번째 제품인 ‘리바 128 NV3’는 대성공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1997년에 세상에 나온 리바 128은 둠의 후속작인 퀘이크2, 퀘이크3 를 훌륭하게 지원하면서 당시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부두 그래픽 카드의 유력한 경쟁자가 되었습니다. 참 추억 돋네요. 퀘이크2, 퀘이크3를 플레이 했던 저로서는 왜 이때 엔비디아의 주식을 사둘걸 하는 생각을 못했을까요? 하긴 이때는 엔비디아가 나스닥에 상장하기 전이었네요. 이렇게 창업 초기 정말 힘든 시기를 겪었던 엔비디아의 사훈은 이후부터 지금까지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We’re only 30 days away from going outta’ business.”
(우리 회사는 망할 날이 30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엔비디아는 1999년 세계 최초의 GPU 인 지포스를 내놓고, 같은 해 상장까지 하면서 대기업으로 안정적으로 자리를 굳히게 됩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엔비디아는 그래픽카드, 즉, 게임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컷기 때문에 엔비디아는 사실 불안정한 기업이었습니다.
그래서 2008년에는 하루에만 주가가 30% 씩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AMD 가 인수한 ATI 테크놀로지스의 라데온 시리즈가 엔비디아의 지포스를 계속 위협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개발했던 GPU와 이를 활용해서 2006년에 선보인 CUDA(Compute Unified Device Architecture)라는 플랫폼으로 다시한번 큰 도약의 계기를 마련합니다. CUDA는 GPU 를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플랫폼인데, 이것이 바로 AI 학습 분야에서 활용되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산업이 점차 발전할수록 인공지능 학습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AI 반도체를 엔비디아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엔비디아는 이제 게임 그래픽 회사에만 국한되지 않고 인공지능 회사로 변신하게 됩니다. 젠슨 황 CEO는 어느날 회사의 직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메일로 전송했다고 합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그래픽 회사가 아닙니다. 다음주 월요일부터 우리는 인공지능 회사입니다.”
엔비디아의 성공 스토리 어떤가요? 한 편이 멋진 영화 같기도 합니다. 시작은 초라했지만 마지막은 창대하네요. 이런 성공 스토리가 영화가 아닌 실제 현존하는 기업이라니 정말 환상적입니다. 앞으로 인공지능 분야가 우리들의 일상 생활을 크게 바꿔 놓을꺼라 하는데, 엔비디아의 미래는 또 얼마나 크게 바뀌어 있을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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