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약 배송, 과연 실현 가능할까?

다시 주목받는 비대면 진료, 비대면 약 배송

 

 

요즘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따른 의사들의 반대 운동으로 비대면 진료 확대 이슈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와 함께 비대면 약 배송 이슈도 다시금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이같은 비대면 진료와 비대면 약 배송을 강력하게 추진중이다.

 

 

비대면으로 약을 배송중인 차량의 가상 이미지 / DALL.E 3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처음으로 국내에 시범 도입됐다. 이후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다수 생겨나면서 생태계가 조성됐는데, 당시에도 비대면 진료 확대를 두고 의료 접근성 확대를 기대하는 찬성 의견과 오진 가능성, 책임소재 불명, 약물 오남용 등이 우려된다는 등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지난 2월 19일, 전공의 파업 사태 등으로 의료 공백이 우려되자 정부는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을 해결책으로 내놨다. 병원 종류나 대상 환자 제한을 모두 없앤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규제를 확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시범사업으로 추진중인 비대면 진료

 

보건복지부는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된 작년 6월 이후에도 의료접근성 강화를 위해 비대면 진료를 시범사업 형태로 이어왔다. 작년 12월에는 재진 시에만 가능하던 비대면 진료를 일부 의료 취약지와 휴일, 야간의 경우 예외적으로 초진까지 허용하는 보완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위처럼 특정한 경우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더라도 처방받은 약만큼은 약국에서 대면 수령해야 한다. 그래서 비대면 진료를 받은 후 약국이 문을 열지 않아 약을 타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의 이같은 비대면 진료 허용은 결국 반쪽짜리 사업이라는 평가다.

 

 

지난 1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토론회에서 비대면 약 배송이 제한돼 국민들이 불편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자 당초 약 배송에 신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보건복지부가 입장을 바꿀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입법 추진중인 비대면 약 배송

 

여당은 한발 앞서 비대면 약 배송 움직임에 나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조명희 의원을 중심으로 약사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약국에 방문하지 않고도 처방 약을 배송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는 의약품을 판매하지 못한다. 이걸 수정해 비대면으로 작성된 처방전에 따른 조제약과 처방전이 없어도 되는 일반의약품을 약국이 아닌 장소에서도 수령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법안 발의 추진 소식에 전국 약사회 등 약사 단체는 철회 요구 성명을 내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다. 국회에서도 약사 출신 의원을 중심으로 법안 발의에 조직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약사회는 비대면 약 배송이 심각한 의약품 오남용을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탈모·여드름·다이어트약 등이 처방 제한 대상에서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량 호르몬이 들어있는 이 약들은 부작용이 크고 정확한 용법에 따라 복용해야 하는 만큼 약사의 대면 복약 지도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배송 전문 약국이 생기거나 플랫폼을 통한 약 배송 서비스가 등장하면 지역 약국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이번에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진 법안에 일반의약품 배송까지 포함돼 약국 생태계 초토화가 더 심각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여당은 법안 추진을 잠정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잠정 보류인 데다가 정부의 의지가 강력한 만큼 총선 이후에 재추진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만약, 비대면 약 배송이 합법화된다면 이 분야의 스타트업과 일자리 창출의 파급력은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기존 오프라인으로 영업을 해 온 약국들의 입지는 크게 좁아질 것이 분명하다. 비대면 약 배송의 장점도 분명히 존재하고, 약사들의 생계도 무시못 할 일이다. 사회적으로 합의 도출을 위한 논의가 더욱 진전되어야 할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