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굴지의 AI 반도체 회사로 우뚝 선 엔비디아,
엔비디아의 창업자이자 현 CEO인 젠슨 황의 유년시절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흑수저에서 금수저로 자수성가한 파란만장한 스토리여서 그렇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그의 성공 스토리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는지 기대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1963년생으로 아홉 살이 되던해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젠슨 황은 친형과 함께 미국에 있는 삼촌의 집에 맡겨지게 되는데,
에어컨 회사 캐리어에서 일하던 젠슨 황의 아버지는 1960년대에 미국을 방문하고 나서 ‘두 아들을 미국에서 살게 하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영어를 한마디도 모르던 젠슨 황의 어머니는 사전을 무작위로 펼쳐서 두 아들에게 사전의 단어를 매일 10개씩 외우도록 했다고 한다.
젠슨 황이 대만에서 미국으로 이민해온 1970년대 초는 대만의 역사에서 큰 위기의 때였다. 1971년 헨리 키신저와 저우언라이 중화인민공화국 총리가 만나고,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중국 마오쩌둥 주석이 만나면서 미중관계가 급속하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에 대만은 점차 고립되어가는 분위기였다. 결국 1979년 미국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게 된다.
젠슨 황의 부모님이 미국으로 오기전 삼촌이 먼저 미국 워싱턴주에 정착하게 되었다.
황의 아버지는 두 아들을 삼촌에게 맡기게 된다. 두 조카를 키울 능력이 없던 삼촌은 켄터키에 있는 기숙학교에 두 조카를 보내서 교육을 받게하는데, 그는 이 학교가 평범한 기숙학교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곳은 ‘감화원’이었다.
‘감화원’은 우리나라로 따지면 소년원처럼 범죄를 저지른 문제학생들이 다니는 곳이다.
그곳에는 칼을 가지고 다니는 학생들도 많았다고 한다.
감화원 기숙사에서 숙식하면서 근처의 초등학교에 다닌 것이다.
초등학교도 평범한 아이들이 오는 곳은 아니었다.
황 CEO는 형과 함께 그곳에 다니면서 갖은 폭력과 인종차별을 당했다.
하지만 젠슨 황은 그곳에서 살아남았다. 룸메이트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그는 이때부터 푸시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지금도 여전히 하루에 백개씩 푸시업을 한다고 한다.
젠슨 황이 미국에 먼저 들어온지 2년 후, 미국으로 오게 된 부모님은 아이들이 ‘감화원’에서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두 아이를 데려온다. 마침내 가족 전부가 오레곤주 포틀랜드에서 함께 살 수 있게 된다.
수학과 과학을 잘했던 젠슨 황은 학교를 조기 졸업하고 오레곤 주립대학교 전기공학과에 입학한다.
이곳에서 그는 아내인 로리 황과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같은 연구실 동료였던 로리와 결혼 한 그는 첫 직장으로 실리콘밸리의 반도체 회사 AMD에 취업을 한다.
젠슨 황은 두 자녀를 키우면서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이어가던 중 그의 나이 30세에 창업을 한다.
그때도 실리콘밸리는 창업이 활발하던 곳이었고, 당시는 PC산업이 본격적으로 고속성장에 들어선 시기였다. 젠슨 황과 공동창업자들이 보았던 기회는 바로 게임용 3D 그래픽카드다.
그런데 창업한 회사의 첫 제품과 두번째 제품이 연속적으로 실패했다.
당시 일본 게임기 회사 세가와의 일화가 있다. 엔비디아가 시장의 표준과는 반대인 기술로 세가와 공동개발하고 있었고, 이 기술을 그대로 개발하면 영원히 업계에서 뒤쳐진다는 것을 황 CEO는 깨닫게 된다. 그는 세가의 쇼이치로 이지마지리 사장을 찾아가 개발을 중단하자고 솔직히 얘기한다. 그러면서 약속했던 개발지원금은 그대로 달라고 한다. 고민을 하던 세가의 쇼이치로 사장은 엔비디아에 500만 달러를 투자하게 된다. 이 돈으로 만든 세번째 제품이 대박이 나면서 엔비디아는 살아남게 된다.
게임시장 하나에 의존하던 엔비디아는 항상 위태로운 회사였다.
그리고 항상 큰 회사들에게 치이던 회사였다. 인텔, AMD, 애플, 퀄컴 같은 큰 테크 기업들에게 엔비디아는 한참이나 밑에 위치한 회사였다.
AMD는 2006년에 엔비디아를 인수하려고 했었다.
당시만 해도 CPU를 만들던 AMD와 그래픽카드를 만들던 엔비디아는 격차가 큰 회사였다. 하지만 젠슨 황 CEO가 합병된 회사의 CEO를 요구하면서 인수는 무산됐다. 엔비디아 인수에 실패한 AMD는 엔비디아의 경쟁사인 캐나다의 ATI를 인수했고, 엔비디아의 시장을 위협했다. 다행히 AMD는 엔비디아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했고,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불도저 아키텍처의 실패로 자멸하고 만다.
엔비디아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는 몸부림을 치던 회사였다.
엔비디아는 PC게임용 그래픽카드 시장에서는 강자였지만 콘솔게임기용 그래픽카드 시장에서는 강자가 아니었다. 또, 게임시장은 스마트폰 등장 이후에는 스마트폰 게임으로 기울어져 갔다.
그래서 엔비디아는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리자 스마트폰용 SoC(시스템온칩) 반도체에 도전한다. ‘테그라(Tegra)’라는 브랜드의 반도체 였는데, LG전자 스마트폰에 반도체가 들어가기도 했다. 엔비디아는 치열한 경쟁 때문에 결국 이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테그라 개발과정에서 확보한 기술은 현재 엔비디아의 자체 제작 CPU인 그레이스와 로봇, 자율주행용 반도체에 적용되고 있다.
젠슨 황의 유년기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던 ‘식당’이 있다.
바로 미국 가정식 체인점인 ‘데니스’라는 식당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김밥천국과 비슷한 곳이다. 데니스는 저렴한 가격으로 미국의 가정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24시간 하는 곳도 많고 커피도 무제한으로 준다다. 젠슨 황은 어려서부터 이곳에서 알바를 하면서 서빙, 설거지, 청소까지 모든 일을 배웠다.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그는 이곳에서 사람을 대하는 법, 잘못으로부터 스스로를 개선하는 법까지 배웠다고 말한다.
엔비디아의 시총이 1조달러가 처음으로 넘었던 2023년 엔비디아는 데니스와 함께 창업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그 이벤트의 일부로 엔비디아 공동 창업자들이 사무실처럼 썼던 산호세 데니스 매장의 부스를 ‘1조 달러 기업이 만들어진 곳’이라는 이름으로 헌정했다. 지금 이곳은 1년도 안돼 ‘3조 달러 기업이 만들어진 곳’으로 바뀌었다.
그는 올해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생들 앞에서 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위대함은 지능이 아닌 캐릭터에서 온다. 그리고 그 캐릭터는 똑똑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닌 고통을 겪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나의 가장 큰 강점은 기대치가 매우 낮았다는 것이다. 스탠퍼드 졸업생인 여러분은 기대치가 매우 높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사람은 회복탄력성이 낮다. 성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회복탄력성인데 말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여러분에게 많은 고통이 있기를 바란다.”
그가 생각하기에 성공과 성장을 위해서는 ‘고통’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오히려 ‘고통’은 축복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고통만으로 사람이 스스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곤 한다. 이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적 기제다. 그래서 젠슨 황 CEO가 항상 강조하는 것이 바로 ‘지적인 정직성(Intellectual Honesty)’이다. 이는 엔비디아의 기업문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되는 것이기도 하다. 엔비디아의 기업문화 차원에서 ‘지적인 정직성’이란 진실을 추구하고, 실수에서 배우고, 배운 것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개인 차원의 지적인 정직성이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성찰하는 능력이다.
문제는 자신을 고평가해도 안되고, 자신을 저평가해도 안된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저평가는 자신감을 잃게 만들 수도 있으니까.
여기서 다시 실패와 고통이 중요해진다.
실패의 경험은 우리를 겸허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서 우리가 스스로를 객관적이고 진실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성장의 선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좌절’과 ‘실패’는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들은 은연중에 실패한 사람들이 좌절을 이겨내고 성공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엔비디아 젠슨 황 CEO의 성공 스토리가 더욱 흥미로운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흑수저가 자수성가하여 금수저가 된 그의 인생 여정이 앞으로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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