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현지 시각), 미국 시애틀에서 인텔과 AMD가 손을 잡았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리사 수 AMD CEO가 ‘x86 생태계 자문 그룹/x86 Ecosystem Advisory Group’ 출범을 발표한 것이다.
# x86
인텔이 개발한,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컴퓨팅 아키텍처. 인텔과 AMD는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치열하게 경쟁하며 x86을 발전시켜 왔다. 자연스럽게 x86은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PC 시장은 물론, 서버 시장에서도 x86 기반 칩은 점유율 95% 이상을 유지했다.
# 컴퓨팅 아키텍처 / Computing Architecture
컴퓨터에 존재하는 여러 구성 요소를 배치하는 방법을 뜻한다. 그중에서도 x86과 ARM은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 처리 장치(CPU)의 구조와 설계도라고 할 수 있다.
서로 라이벌이자 앙숙인 인텔과 AMD가 동맹을 맺은 건 새롭게 떠오르는 컴퓨팅 아키텍처, ARM 때문이다. ARM은 전력 소모가 적다는 강점 덕에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용 칩의 설계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최근 AI가 급부상하며 PC와 서버 모두 전력 소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해졌고, ARM이 PC와 서버 시장까지 진출하는 모양새다.
PC용 CPU의 혁신으로 불리는 애플의 M1 칩이 바로 ARM 기반 프로세서다. 엄청난 전력 효율에 성능까지 뛰어나 시장을 놀라게 했다. 현재 애플은 아이폰부터 아이패드, 맥북 등 자체 제품에 탑재되는 모든 칩을 직접 설계 중이다.
x86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던 서버 시장에도 균열이 생겼다. AI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엔비디아가 ARM 기반의 서버용 CPU인 그레이스 시리즈를 출시하며 판도를 바꿨다. X86의 아성이 깨질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대만 최대 팹리스 기업, 미디어텍은 엔비디아와 손을 잡고 AI PC 프로세서 양산에 돌입했다. 해당 프로세서가 출시된다면, 레노버, 아수스 등의 주요 PC 브랜드에 탑재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미 ARM 프로세서로 AI PC 시장에 진출한 퀄컴과의 경쟁 역시 본격적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이렇게 ARM 기반의 프로세서가 모바일 뿐만아니라 PC 시장까지 진출하게 되면서 기존 x86 아키텍처 기반의 프로세서를 생산하던 인텔과 AMD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과연 X86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인텔과 AMD는 이번 동맹을 통해 기존 x86 생태계를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출범한 ‘x86 생태계 자문 그룹’에는 인텔과 AMD뿐만이 아닌, 이들의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사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브로드컴, HP, 델 등 또한 참여했다. 기존의 경쟁을 잠시 멈추고,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 단순화, 호환성 강화 등을 연구하고자 한다.
다만 ARM의 거센 추격을 물리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x86 기반의 CPU 점유율은 2023년 68%에서 2026년 60%로 떨어지지만, 같은 기간 ARM 기반 점유율은 15%에서 25.3%로 급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랜세월 동안 쌓아올린 x86 아키텍처의 기반이 매우 공고하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ARM의 파상적인 공세에 조금씩 x86의 아성에 금이 갈 것이라는 것이다. 도전자의 파상공세를 물리치려면 x86 아키텍처의 기술 혁신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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