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추석 맞이 벌초 다녀왔어요. 벌초 후기 그리고 장묘 문화에 대한 고민

꿈달(caucasus) 2020.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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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가을 맞이 벌초 다녀왔어요. 벌초 후기... 

 

올해도 어김없이 벌초를 다녀옵니다. 저는 일년에 2~3번 벌초를 하고 옵니다.

벌초가 무엇인지는 다들 아시지요? 조상님들을 모신 종중의 분묘에 자란 잡초들을 제거해주는 것이지요. 시대가 흐를수록 장묘 문화가 점차 바뀌어 가면서 앞으로는 장지에 모시는 것보다는 화장을 하고 납골당 같은 시설에 소중히 모시는 문화가 점차 확산되어 가는 것 같더라구요. 저희 집안 역시 이제는 돌아가신 가족분들을 분묘에 모시는 것보다는 화장하고 가족 납골당을 만들자는 의견이 점차 나오기 시작하네요.ㅎㅎ

 

 

하여튼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 전에 시골 고향에 내려가 벌초를 하고 왔습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예초기를 등에 메고 작은아버지와 둘이서 종중에 있는 분묘 10여개를 벌초하고 왔습니다. 중중의 맨 위쪽에 모신 제일 윗 어르신 분묘를 조심스럽게 예초해드립니다. 저는 여기에 잠드신 조상님의 이름, 얼굴, 생전에 어떠하신 분이었는지 전혀 모릅니다. 그저 우리 집안의 시작이셨다는 것만 알고 있어요. ^^; 하여튼 제일 먼저 곱게 분묘를 깎아드립니다. 

 

다음으로 저의 할아버지와 할머님이 잠들어 계신 두 분묘를 예초합니다. 벌초를 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아무래도 생전에 못다한 불효에 대해 한번 더 마음에 새기라는 의미이지 않을까? 싶어요. 벌초를 하면서 어릴적 할아버지, 할머니와 지냈을때의 추억이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유난히 저를 귀여워 해주셨던 할머니가 더 그립고 보고 싶기도 하고요. 제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에 성공한 후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왔을때 할머니께서는 노쇠하셔서 기억이 가끔 돌아오시지 않으셨었어요. 그저 저를 보고는 우리 손자도 당신처럼 비슷한 나이라고... 저를 알아보지 못하시더라구요.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 그렇게 잠이 드시고 편하게 하늘나라로 돌아가셨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남들은 오래 사셨기에 호상이라고 했지만 가족을 잃는다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지요. 

 

 

다음으로 제 아버님 묘를 조심스레 벌초합니다. 제 아버님은 제가 19살 되던해 교통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어린 나이에 아버님이 그렇게 황망히 돌아가시니 너무 서럽고 슬펐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한 온 가족이 정말 비통해 했지요. 아마도 저는 그때 흘린 눈물을 너무 많아서 앞으로 제 평생 그렇게 눈물이 나오는 일은 없을 것 같네요. 아직 살아계신 어머님께 정말 잘 해드려야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것이 죄스럽기만 합니다.

 

오늘 새벽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서 오전에 벌초하는 내내 서늘하니 그나마 덜 힘이 들었답니다. 아마도 조상님들께서 벌초하느라 고생하는데 날씨라도 덥지 않게 해주신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그런데 잠시 휴식시간에 작은아버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장묘 문화에 대한 고민이 나오더라구요. 지금이야 작은아버지와 제가 이렇게 종중 산을 관리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죽은 이후에는 누가 이렇게 벌초를 하겠느냐고...

 

제 아버지의 형제도 4분이나 계시지만 항상 벌초하러 나오는 분은 시골에 계시는 작은아버지와 저 밖에는 없거든요. 작은아버지와 제가 벌초를 하기 시작했더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벌초 당번은 항상 저희 2명이 되었어요. 나머지 형제분들이야 사는 곳도 멀고 바쁘시니까 그러려니 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서운하기도 합니다. 왜 항상 가족중에 벌초하는 것은 우리 둘 뿐일까? 나머지 분들은 그저 명절에 내려와 성묘만 하고 바로 올라가시니까요. 항상 벌초되어 깔끔하게 관리되어지는 종중 산을 보면서 올해도 당연히 그렇게 벌초하겠거니 하겠지요. ㅠ-ㅠ 

 

 

그래서 저는 드는 생각이 나중에 제가 죽음에 가까워오면 저는 분묘를 쓰지 말고 화장을 해서 내가 좋아했던 장소에 고이 뿌려달라고... 그렇게 자식들에게 유언을 해주려고 합니다. 그리고 내가 죽은 날에는 자식들끼리 식사라도 한번 같이 하면서 나를 한번만 추억해달라... 그러면 나는 그것만으로 충분히 기쁠것이라고... 죽어서까지 자식들이 벌초하느라 고생하는 것을 보기 싫어서요. 죽은 사람이 뭘 알겠어요. ㅎㅎ 벌초하러 갈 때마다 찐드기, 벌, 뱀.... 하여튼 이런 것들도 항상 조심해야 하고...

 

그리고 벌초를 하다 보면 한 구석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분묘 한 개를 바라봅니다.

그 집안의 어르신은 딸만 둘이었는데... 딸 둘이 다 결혼도 하고 어디에선가 잘 지내리라 생각해봅니다. 헌데, 일년 내내 한번도 성묘를 하러 오지 않는 것 같아요. 먼 친적분의 묘이기에 작은아버지와 제가 그 묘까지 벌초를 해드립니다. 그 집안 어르신의 둘째 딸이 저와 같은 또래여서 제법 친했던 기억이 있는데, 잘 지내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네요. 우리가 대신 벌초를 해드리는게 벌써 수년째인데 올해는 잡초가 더 무성하더라구요. 장마가 길어서 그랬던가 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산 여기 저기에서 예초기 돌리는 소리가 들려오네요. 혹시 벌초하러 가실 분들은 꼭 진드기 기피제 챙기시구요. 벌이랑 뱀 정말 조심하세요~ 그리고 예초기 안전사고 정말 조심하시구요. 조상님들 오랜만에 뵈러가는데 안전하게 벌초하고 돌아오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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