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8살 아들에게 유니클로란? (유니클로 불매운동 시절에 있었던 에피소드)

꿈달(caucasus) 2020.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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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아들에게 유니클로란? (유니클로 불매운동 시절에 있었던 에피소드)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정말 황당하고 기막힌 일들이 많습니다.

그런 일들이 하나둘씩 모이면 가족사가 되기도 하겠지요? 작년 우리 아들이 8살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닐때 있었던 일입니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당황스럽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기특한 구석도 있어 당시 에피소드를 한가지 올려봅니다. ^^

 

 

지난해 8월 한창 업무 처리에 바쁜 오후였습니다. 처음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전화를 주신 분은 아들의 방과후 수업을 담당하는 선생님이셨지요.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우리 아들이 친구의 하얀 티셔츠에 사인펜으로 낙서를 했다는 것입니다. 친구의 하얀 티셔츠 등쪽에 크게 사인펜으로 4줄을 그었다고 해요. ㅠ-ㅠ

 

선생님은 아들의 친구 부모님께 항의 전화를 받으셨다 했습니다. 상대방 부모는 새로 구입한 티셔츠라서 보상이라도 받았으면 한다고 했구요. 저는 무척 당황했습니다. 아들이 그동안 어린이집, 유치원 생활을 하면서 친구들과 이런 일로 사고를 친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께 우선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고 집에 돌아가 아들녀석과 대화를 해보고 타이르겠다고 했지요. 한동안 그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퇴근 후 집에 돌아가 아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들과 대화를 해보니 더욱 황당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아들은 친구의 티셔츠에 낙서를 한게 맞다고 시인했습니다. 그런데 낙서를 하게 된 이유가 더욱 가관입니다. 친구가 입고 온 옷이 유니클로 제품인 줄 알았고 요즘 일본 제품을 구입하면 안된다고 알고 있어서 친구의 옷에 낙서를 했다는 것입니다. 아들은 이때가 고작 8살이었지요.

 

아이의 변명을 듣자니 기가 차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1학년 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당시 이슈가 되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나름대로 자기 주관이 생겼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짠했습니다. 그래도 친구의 새 옷에 낙서를 한 행동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알려주었지요. 그리고 입장을 바꿔 그 친구가 아들의 새옷에 똑같이 낙서를 했다면 네 기분이 어떻겠냐며 물었더니 아들 역시 그런 상황이었다면 본인도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이라는 하더군요. 앞으로는 이같은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으며 훈계했습니다.

 

다음날 선생님과 통화하여 자초지종을 설명드리고 정말 죄송하게 되었으며 상대측 부모에게도 죄송하다는 뜻을 전달하였습니다. 다행이 친구의 부모님께서는 낙서자국이 세탁을 하였더니 잘 지워져 그냥 없던일로 하겠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1학년 아들 녀석의 육아에 또 한가지 추억이 추가된 것입니다. 저학년 아이들은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관심하거나 잘 이해하지 못할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아이들도 사회 현상에 관해 자기만의 주관과 가치관이 있다는 것을 이번 일로 깨닫게 되었지요. ^^ 또한, 아들이 해가 지날수록 폭풍 성장중이구나 하는 생각에 한편으로 자랑스럽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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