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상품이 아닌 철학을 판매한다
1947년 캘리포니아 남부 버뱅크라는 동네에 영어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꼬마가 이사를 왔다. 그 아이는 영어를 잘 못했기 때문에 늘 홀로 놀았다. 혼자서 8마일을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버드나무 밑에 앉아 낚시를 즐겼다.
학교는 결석하기 일쑤였고, 동네 아이들과 송골매를 잡겠다고 산속을 헤메고 다녔다. 그렇게 등산에 빠져들었다. 그는 일년중 2/3를 야생에서 살았다. 오트밀 감자 고양이캔을 먹으며 하루 50센트로 버텼고, 추운 겨울에는 대장장이로 일하면서 등산 장비를 만들었다.
그는 후에 이렇게 말했다.
“암벽과 빙벽을 오르는 것에는 아무런 경제적인 가치가 없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부모 세대의 소비주의 문화에 반기를 들었다. 우리에게 사업가들은 ‘반칙왕’이었고, 기업은 모든 악의 근원이었다. 우리의 집은 자연이었고, 우리의 영웅은 존 뮤어(자연주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생태주의 철학자)였다”
그는 1968년 칠레 파타고니아 앞에 서 있었다.
목표는 화강암 벽을 오르는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는 것 뿐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작은 아웃도어 숍을 운영하는 친구 ‘더그’와 함께였다.
더그는 이렇게 외쳤다.
‘먼저 행동하고 그 다음에 생각하라’ (나폴레옹의 명언)
당시 피츠로이 정상에 오른 인물은 단 두 명.
그 중 프랑스인 리오넬 테레이는 이들 초보 파나고니아 등반객에게는 영웅이었다.
테레이는 정상에 서는 것보다 어떻게 정상에 오르는 지를 더 중시했다. 사실 정상에 도달하고 나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성인이 된 꼬마는 속으로 인생 최악의 시기라고 외쳤지만, 덕분에 역경을 견디는 법을 알았다며 최고의 시기였다고 말한다.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
위 이야기는 현재 최고의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를 창업한 이본 쉬나드의 이야기다.
그는 기업을 운영하며 영리보다 철학을 더 중시하는 인물이다. 파타고니아는 연 매출 15억달러 (2조1495억원) 규모의 회사로 최고의 아웃도어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창업자 이본 쉬나드는 파타고니아라는 위대한 빙벽을 오르고 난 뒤 그는 이렇게 외쳤다.
“그 경험을 통해 찌질했던 우리는 예상 밖의 운명과 마주했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직접 등반을 하면서 깨달은 것을 갖고 다양한 형태의 암벽 확보물인 피톤을 직접 제작해 팔던 이본 쉬나드는 파타고니아 등반 이후 피톤이 암벽을 파괴할 수 있다는 이유로 피톤 제작을 중단했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파타고니아라는 자체 아웃도어브랜드를 내놓는다.
뉴욕의 한 패션 모델이 파타고니아 폴리스 조끼를 입으면서 빅 히트를 쳤다. 하지만 뉴욕이 열광했던 이유는 그의 철학에 있었다.
“어리석어 보이는 위험한 행동을 일삼으면서 75년의 세월을 보내는 동안 여러 차례 죽음의 문턱에 서봤다. 그리고 언젠가는 죽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선선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죽는다는 사실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모든 생명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인간이 기울이는 모든 노력에도 시작과 끝이 있기 마련이다. 모든 생물종은 진화하고 사라진다. 제국은 번영을 구가하다가 무너져 흩어진다. 비즈니스도 성장하다가 망한다. 세상에 예외는 없다. 그것이 세상사의 이치라면 괴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여섯 번째 대멸종을 목격하는 증인이 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파타고니아의 사명(미션)
그가 경영진을 이끌고 파나고니아를 등반하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등반을 다녀온 뒤 회의를 열고 회사 경영의 미션을 정했다.
목표는 크게 4가지.
1. 최고의 제품을 생산한다.
2. 불필요한 피해를 유발하지 않는다.
3. 파타고니아는 환경 위기를 타개할 해결책을 구상하는 데 영감을 준다.
4. 파티고니아를 해결책을 실행하는 도구로 활용한다.
당시에는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개념이 정립조차 되어 있지 않은 때였다.
하지만 파타고니아는 ESG를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 토지와 강줄기를 살리고자 매출 1%를 기부
# 유기농 목화, 천연 섬유로 만든 에코 컬렉션을 도입
# 파타고니아 섬유의 60%를 버려진 PET 병에서 재활용
# 파타고니아 프로비전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굶주림 해결
파타고니아의 옷에는 환경 영향 표시가 붙어있다.
플라스틱 물병 4.8개를 재생하고, 일반 면에 비해 물 238리터를 절감했다는 표시 등이다. 또 자신의 옷을 사지 말라는 디마케팅으로도 유명하다. 가능하면 새 물건을 사서 쓰지 말고 재활용해 쓰자는 메시지다. 매장에는 무료 수선실을 두고 망가진 옷을 가져오면 무료로 수선해준다.
고가 제품인 파타고니아의 조끼는 월스트리트의 상징이었다.
금융사들이 조끼를 구입해 직원들에 나눠줬다. 하지만 파타고니아는 회사들이 조끼를 구매하려면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음을 증명하라며 공급을 중단했다. 또 공원 구역을 줄이겠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고소하고, 증오를 확대한다는 이유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광고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본 쉬나드는 이렇게 말한다.
"환경 평가를 통해 많은 것을 깨닫게 된 우리 회사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우리가 선택한 일들을 행동으로 옮겨 지속가능성을 향해 나아가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고 순교자가 된 것은 아니다. 옳은 일을 행할 때마다 더 많은 이윤이 발생했다. 덕분에 오랫동안 계속 사업을 유지해나갈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얻었다."
결국 파타고니아는 상품이 아닌 철학을 판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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