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떻게 지구 생태계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서게 된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불을 이용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이스라엘 출신의 역사학자 유발하라리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80만 년 전쯤에 일부 인간은 가끔 불을 사용했을지도 모른다.
약 30만 년 전이 되면서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들은 불을 일상적으로 사용했다. 이제 인간은 빛과 온기의 믿을 만한 원천이자 배회하는 사자에 대항할 수 있는 치명적인 무기를 가지게 된 것이다.
심지어 이후 얼마 뒤부터 인간은 자기 주변에 일부러 불을 놓았을지도 모른다.
불을 조심스럽게 잘 지르면 통행이 불가능하던 잡목 숲을 사냥감이 우글거리는 최고의 초원으로 바꿀 수 있다. 게다가 일단 불이 꺼지면 석기시대 사업가는 그 잔해 속으로 걸어 들어가 불탄 동물과 견과류, 덩이줄기 등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불이 하는 최고의 역할은 음식을 익히는 일이다.
조리 덕분에, 인간이 자연 상태 그대로는 소화할 수 없는 밀, 쌀, 감자 등이 인간의 주식이 되었다. 불은 식품의 화학적 조성뿐 아니라 그 생물학적 영향도 바꿔놓았다. 불에 익히면 음식을 오염시키는 세균과 기생충이 죽는다. 인간이 원래 좋아하던 과일, 견과류, 벌레, 죽은 고기도 불에 익히면 씹고 소화하기가 훨씬 더 쉬워졌다. 침팬지는 날것을 씹어 먹느라 하루 다섯 시간을 소모하지만 사람은 익힌 음식을 먹는 데 한 시간이면 족하다.
익히는 요리법 덕분에 인간은 더욱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식사 시간도 줄일 수 있었다. 더 작은 치아와 더 짧은 창자를 가지고도 그럭저럭 때울 수 있었다.
일부 학자는 익혀 먹는 화식의 등장, 인간의 창자가 짧아진 것, 뇌가 커진 것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다란 창자와 커다란 뇌를 함께 유지하기는 어렵다. 둘 다 에너지를 무척 많이 소모하기 때문이다. 화식은 창자를 짧게 만들어서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게 해주었고, 의도치 않은 이런 변화 덕분에 네안데르탈인과 사피엔스는 커다란 뇌를 가질 수 있었다.
또한 불은 인간과 다른 동물 사이에 처음으로 현격한 차이를 만들어냈다.
동물의 힘은 대개 신체에서 나온다. 근육의 힘, 이빨의 크기, 날개의 폭, 동물이 바람이나 파도를 이용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자연의 힘을 통제할 수는 없고, 늘 스스로의 신체에 따른 제약을 받는다. 독수리는 지상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상승기류를 알아채고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펴서 그 기류를 타고 높이 떠오를 수 있지만, 상승기류의 발생 장소를 통제할 수는 없으며 오직 제 날개 길이만큼만 기류의 덕을 볼 수 있다.
인간은 불을 길들임으로써 무한한 잠재력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독수리와 달리 인간은 불을 일으키는 장소와 시기를 선택할 수 있었으며, 수많은 용도로 불을 이용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불의 힘이 신체의 형태나 구조, 힘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것이었다. 부싯돌이나 불붙은 막대기를 가진 여자 한 명이 몇 시간 만에 숲 전체를 태울 수도 있었다. 불을 길들이는 것은 앞으로 올 일에 대한 신호였다.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던 다른 동물, 예컨대 사자나 상어는 수백만년에 걸쳐 서서히 그 지위에 올랐다. 그래서 생태계는 사자나 상어가 지나친 파괴를 일으키지 않도록 견제와 균형을 발달시킬 수 있었다. 사자의 포식 능력이 커지자 가젤은 더 빨리 달리는 쪽으로 진화했고, 하이에나는 협동을 더 잘하도록 진화했으며, 코뿔소는 더욱 사나워지도록 진화했다.
이에 비해 인간은 너무나 빨리 정점에 올랐기 때문에, 생태계가 그에 맞춰 적응할 시간이 없었다. 게다가 인간 자신도 적응에 실패했다.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는 대부분 당당한 존재들이다. 수백만년간 지배해온 결과 자신감으로 가득해진 것이다. 반면에 사피엔스는 중남미 후진국의 독재자에 가깝다. 인간은 최근까지도 사바나의 패배자로 지냈기 때문에, 자신의 지위에 대한 공포와 걱정으로 가득 차 있고 그 때문에 두 배로 잔인하고 위험해졌다. 치명적인 전쟁에서 생태계 파괴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참사 중 많은 수가 이처럼 너무 빠른 도약에서 유래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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