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은 과연 제로섬(zero-sum) 게임일까?

주식시장은 과연 제로섬(zero-sum) 게임일까요?

주식투자를 해보신 분들이라면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

누군가 주식을 매입하고 그것을 높은 가격에 팔았거나, 아니면 손절을 했거나...

그러면 그 차액을 누군가는 가져갔을테니, 주식시장은 제로섬 게일일 것이다?

저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면 주식시장은 제로섬 게임이 아닌 논제로섬(non-zero-sum) 게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참고자료: 거인의 어깨(홍진채 저, 포레스트북스)

 

제로섬 게임을 이해하기 위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친구끼리 모여서 판돈을 걸고 포커를 친다고 합시다. 그러면 게임에서 누군가는 돈을 벌어가고 누군가는 돈을 잃을테니 이것은 제로섬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혹은 카지노에 가서 도박을 한다면 딜러가 가져가는 몫도 있으니까 이런 경우에는 ‘마이너스 게임’입니다. 이렇게 이긴 사람이 번 돈과 진 사람이 잃은 돈을 합해서 ‘0’이 되는 게임을 제로섬 게임이라고 합니다.

 

 

제로섬 게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시

 

 

자, 그럼 이제 주식시장을 들여다 볼까요?

만약 모두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가만히 있었다면 모두가 돈을 벌었습니다. 왜냐하면 주식은 기업의 자기자본에 대한 소유권이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사업을 열심히 해서 돈을 벌면, 그래서 과거에 10억원이던 자기자본이 100억원으로 늘어났다면 그 소유자들은 모두 돈을 벌 수 있었겠지요. 혹은 그 반대일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이런 경우에는 모두가 손해를 본 셈입니다. 제로섬 게임은 아닙니다.

 

 

또한 시스템의 외부로 자금의 유출입이 있느냐에 따라서 ‘닫힌 시스템’ 과 ‘열린 시스템’ 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돈이 그 안에서만 도는 시스템은 ‘닫힌 시스템’ 이라고 합니다. ‘닫힌 시스템’ 은 제로섬 게임입니다. 카지노에서 게임판에 들어온 사람(딜러와 게임 참여자)의 주머니에 들어있는 돈의 총합은 게임이 끝나고 나갈 때 이 사람들의 주머니에 들어있는 돈의 총합이 같기 때문에 카지노는 ‘닫힌 시스템’이며 곧, 제로섬 게임인 것입니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열린 시스템’입니다.

회사가 고객으로부터 번 돈이 주주에게로 환원되는 시스템입니다. 따라서 주식시장은 ‘논제로섬 게임’ 이 됩니다.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회사가 남기는 이익이 커지면 전체 판돈이 커집니다. 반대로 회사가 내는 이익이 줄어들면 판돈도 줄어들어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은 결국 플러스섬(plus-sum) 게임이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모두가 윈윈한 게임이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지요. 대체로 투자자들은 전체 시장 평균보다 못한 성과를 냅니다. 왜 그럴까요? 혹시 개인투자자들이 기관투자자들에게 잡아 먹혀서 그럴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기관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펀드들 역시 장기간에 걸쳐 그 성과를 살펴보면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아주 적습니다. 아주 놀라운 자료가 있습니다. 뱅가드 그룹의 존 보글 회장은 펀드들의 장기 성과와 지수 수익률을 비교해보았는데, 지수보다 낮은 성과를 낸 액티브 펀드의 비율이 훨씬 높았습니다. 이 자료만 본다면 펀드에 장기투자를 한다는 것이 결코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전문성이 있다는 펀드 매니저들의 성적이 이와 같은데, 개인투자자들의 성적은 말할 필요가 없어보입니다.

 

 

그렇다면 개인도 돈을 못 벌고 기관도 돈을 못 벌면, 그 돈은 누가 가져갔을까요?

주식시장에서 장기 상승분은 누가 가져간 것일까요? 첫 번째 답은 바로 ‘하우스’입니다. 게임에 참가하려면 참가비를 내야 하는데, 주식 거래를 할 때마다 내는 수수료와 이익을 보면 정부에 내는 세금이 장기 상승분을 가져갔다고 보면 됩니다.

 

 

두 번째 답은 극소수의 투자 고수들입니다. 이들의 비율은 얼마가 되는지 정확히 알수는 없다고 하나 전문가들의 의견으로는 전체 주식 참여자의 10% 미만일 것이라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주식은 플러스섬(plus-sum) 게임입니다.

훌륭한 기업 혹은 전체 시장의 건전함을 믿고 길게 투자하면 웬만하면 좋은 성과를 내게 되어 있습니다. 별 생각 없이 대단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좋은 성과를 내는 투자자는 정말 극소수입니다. 워런 버핏은 훌륭한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고 오랜 기간을 보유하는 투자로 유명하지요. 물론, 버핏의 투자 원칙이 절대적으로 옳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현재의 워런 버핏을 있게 만든 그의 투자 원칙에 대해서 배울점도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가 워런 버핏을 만나서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제프: “워런 당신의 투자 전략은 아주 간단합니다. 왜 다른 사람들이 그걸 따라 하지 않는 거죠?”

 

워런: “천천히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