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학습하고 행동하는 방식은 과연 주식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에 적합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왜 주식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봅시다. 물론, 반대로 소수의 사람들은 주식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냅니다.
* 참고도서: 거인의 어깨, 홍진채 저
1. 학습 방식의 문제
인간이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그리 논리적인 학습의 결과가 아닙니다.
인간은 뭔가 기분 좋은 일을 경험하고 나면, 다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앞서 경험했던 기분 좋았을 때의 결정을 다시 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즉, 그렇게 다시 하려는 방향으로 학습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언젠가 햄버거를 먹고 기분이 좋았다고 칩시다. 그러면 다음에 햄버거와 피자를 먹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 우리는 햄버거를 조금 더 선호하게 됩니다. 또는 거짓말을 하고 부모님에게 혼나서 불쾌한 감정을 겪으면 다음에는 솔직하게 말하는 쪽으로 행동이 약간 바뀝니다. 교과서를 읽고 공책에 무언가를 쓰고 문제를 푸는건 머릿속에 지식을 집어넣는 일이지, 우리의 행동 양식을 바꾸는 학습이 아닙니다.
이러한 학습 방식은 인간들의 생존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독성이 있는 식물을 먹고 앓아본 경험이 있으면 다시는 그 식물을 안 먹고, 나보다 센 동물과 싸웠다가 크게 상처를 입었으면 다시 그 동물에게 덤비지 않고 도망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합니다. 동료들이 갑자기 우르르 도망가고 있으면 묻거나 따지지 말고 일단 함께 도망가는 게 좋고, 흥겹게 파티를 벌이고 있으면 함께 참여해 즐겁게 노는 게 좋습니다. 인간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생존에 유리하게 진화해왔습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학습 방식이 주식시장에서는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낮춥니다. 사람들이 어떤 종목에 열광하고 있다는 건 가격이 그만큼 비싸다는 뜻입니다. 가격이 떨어질 확률이 높으니 그런 종목은 오히려 멀리 해야 유리합니다. 반대로 사람들이 무언가를 기피하고 있다는 건 가격이 그만큼 싸다는 뜻입니다. 가격이 오를 확률이 높으니 이럴때는 호기심을 가지고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인간이 수백만 년 동안 살아남기 위해 학습해온 과정을 주식시장에서 그대로 적용해버리면, 남들이 다같이 달려들 때 함께 달려들었다가 크게 얻어맞고, 아무도 쳐다보지 않아 헐값에 널려 있는 자산을 살 기회를 놓쳐버립니다. 그러다가 가격이 오르고 나면 또 함께 달려들었다가 박살나기를 반복합니다. 인간은 주식시장에서는 참으로 어리석은 동물입니다.
2. 행동 양식의 문제
예측이란 뇌가 자기 자신과 나누는 대화라고 합니다.
현재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과거에 가장 유사했던 상황을 그려보고, 그때 경험했던 결과대로 행동하려 합니다. 즉, 좋은 예측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몇 개의 상황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전체 샘플, 즉 기저율을 따져보고, 현재 상황이 기저율에 비해서 어떤 특이성을 지니는지 따져보아야 합니다.
이렇게 따지는 일은 에너지 소비가 막대합니다. 더구나 주식시장에서는 좋은 예측과 나쁜 예측이 즉각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두뇌는 가격의 등락 앞에서 이렇게 따지는 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합리적으로 따져보기 보다는 감정에 휘둘려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이는 걸 선호합니다.
가격이 빠르게 변하고 있으니 나도 빠르게 행동해야지 혹은 태풍이 몰아칠 때는 빨리 피신해야지 하고 즉각적으로 행동하지, 그 상황에서 풍속과 기압을 따져서 태풍이 언제 사그러들지 추측하고 있으면 이미 죽었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투자자들은 언제나 손절, 익절, 물타기, 불타' 등을 고민합니다.
주식을 한번 사고 나서는 계속 계속 무언가를 하려고 고민합니다. 매일매일 일어나는 매크로 변수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나스닥 선물이 반등했으니 한국 시장에서도 주식비중을 늘려야 한다”
“아니다. 오늘은 옵션 만기일이니 위험 선호도를 낮추어야 한다”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있으니 인플레 방어를 사야 한다”
“어제 발표된 CPI가 피크아웃 했으니 인플레 방어주는 이제 팔아야 한다”
“아니다, 예상치보다는 높게 나왔기 때문에 여전히 방어주에 주력해야 한다”
하는 말들을 우리들은 뉴스가 각종 미디어를 통해서 일상적으로 듣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우리 뇌는 우리가 항상 무언가를 하도록 만듭니다. 사실 주식시장은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에서 아주 많은 걸 배울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어떤 의사결정의 결과를 보기 위해서는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씩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행동 양식은 우리가 그 긴 기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황을 용납하지 못합니다. 즉, 인간은 조바심의 동물이라는 것입니다.
3. 이중 예측의 문제
1번과 2번 사례의 사람들과 반대로 진지하게 연구하는 사람들도 함정에 빠집니다.
주식시장을 연구하다 보면 어떤 지표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경우를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장단기 금리차(장기 채권 이자율과 단기 채권이자율의 차이)가 어떤 모양으로 변하면 성장주가 유리하다느니, 금리가 상승하는 구간에서는 PER이 낮은 주식의 수익률이 더 좋다느니 하는 것들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그럴싸해 보이는 동행지표를 연구하는 것으로도 수익을 내는 데 별 도움이 안 됩니다. 장단기 금리차로부터 어떤 패턴을 발견했다면, 이제는 장단기 금리차가 어떻게 변할지를 예측해야 합니다. 금리 상승기에 저 PER 주식이 초과수익을 냈다는 걸 발견했더라도, 향후의 금리가 어떻게 변할지를 예측해야 하는 숙제가 남습니다. 하나가 아닌 두 가지를 동시에 예측해야 하는 상황을 <이중 예측의 문제>라고 합니다.
이중 예측의 문제를 제거하고 진짜 선행지표들만을 찾아내야 의미있는 의사결정이 됩니다. 문제는 또 남아 있습니다. 주가에 선행하는 어떤 지표를 발견했다 하더라도, 그 지표가 광범위하게 알려지고 나면 선행성이 사라지고 맙니다.
교수들이나 매크로 애널리스트들의 거시경제 자료들을 보면 그런 오류를 자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대체로 경기를 예측하여 시장의 진출입을 판단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거시경제를 예측하기도 어렵고, 거시경제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이 주식시장의 등락과 바로 이어지지도 않습니다,
결론은 인간은 머리가 아닌 몸으로 학습하고, 머리를 쓰지 않고 몸을 쓰기를 좋하기 때문에 시장의 함정에 빠집니다.
그리고 머리를 쓰는 사람들 역시 주식시장에서는 아주 많은 함정에 빠집니다. 우리는 진지하게 몸이 아닌 머리로 학습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그 노력의 결과로 발견해낸 산물들조차 폐기해버릴 수 있는 용기를 지녀야 합니다.
그러면 어떡해야 주식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건가요? 하고 물으실텐데, 그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그대신 우리에게 잘 알려진 투자들의 대가, 이를 테면 벤저민 그레이엄, 워런 버핏, 피터린치, 필립 피셔, 윌리엄 오닐 등의 투자 대가들이 걸어간 발자취를 등대 삼아 본인의 투자 노하우를 키워가야 합니다. 결국 투기가 아닌 투자를 위한 시간과 노력, 경험이 필요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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