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찰리 멍거 별세, 또 하나의 별이 지다 / 찰리 멍거의 인생사

이번주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지요. 현존하는 투자의 대가로 평가받는 버크셔해서웨이의 부회장 찰리 멍거께서 별세하셨다는 소식입니다. 찰리 멍거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과 함께 현재의 버크셔해서웨이를 만든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찰리 멍거 부회장이 향년 99세의 나이로 지난 28일(현지 시각) 가족들이 함께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고 합니다. 100세를 앞두고 돌아가셔서 정말 안타깝네요. 더 오래 오래 사시면서 지혜를 더 나눠 주셨으면 좋았을텐데... 그래서 오늘은 찰리 멍거의 인생사를 간단하게 조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향년 99세의 일기로 영면에 드신 찰리 멍거(좌, 1924.1.1. ~ 2023.11.28.)와 워런 버핏(우, 1930.8.3. ~ )

 

 

 

워런 버핏은 찰리 멍거의 별세 소식을 전하면서 “버크셔해서웨이는 찰리의 영감, 지혜, 참여가 없었다면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없었을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워런 버핏에게 찰리 멍거는 그야말로 평생의 사업 파트너이자 영혼의 단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절친이었습니다.

 

 

찰리 멍거는 워런버핏과 같은 곳 출신으로 무려 64년 간 오랜 친구이자 파트너 관계였습니다. 멍거는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1924년 출생했습니다. 멍거가 버핏보다 6살 위인 형인데요. 같은 곳 오마하에서 비슷한 시기에 태어났지만 35세가 되기 전까지는 이 둘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습니다. 멍거는 미시간대를 중퇴한 뒤 2차 세계대전 당시 공군 장교로 복무했고, 이후 하버드대 로스쿨에 다시 진학해 1948년 졸업했습니다. 멍거는 변호사로 성공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이 둘의 인연은 1959년 지역 사교모임인 ‘오마하 클럽’ 에서 처음 시작됐습니다. 그들은 서로의 지적 능력을 한번에 눈치채고, 가치투자에 대한 사상을 공유했습니다. 이 둘은 버핏의 스승이자 가치투자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벤자민 그레이엄의 투자철학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이 당시 버핏은 멍거에게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변호사보다는 투자가 빠른 길이라고 조언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훗날 멍거가 전업 투자자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멍거는 1962년 법률자문회사 멍거톨스앤올슨을 설립하고 부동산 전문변호사로 활동했습니다. 같은 해 헤지펀드 휠러멍거앤코를 세워 투자를 병행했습니다. 3년 뒤 그는 변호사 일을 그만두고 전업 투자자로 나섰습니다. 휠러멍거앤코는 설립 후 13년간 연평균 무려 19.8%의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합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1976년 멍거가 버크셔해서웨이에 정식으로 합류합니다. 버핏이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으로 취임한지 1년만의 일이었습니다. 1978년 부회장으로 취임한 멍거는 40년 넘게 버핏과 함께 회사의 연례 주주총회에 참석해 회사의 철학과 자신의 투자 신념을 투자자들에게 알려왔습니다. 멍거의 어록들은 투자자들에게 큰 귀감이 되었고 일반인들에게도 삶의 지혜를 베풀어왔습니다.

 

 

멍거는 1984년부터 2011년까지 버크셔해서웨이의 자회사인 웨스코파이낸셜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일했습니다. 1997년부터는 미국 창고형 대형마트인 코스트코의 이사로 활동했습니다.

 

 

워런 버핏의 지금 투자 스타일을 완성하는데, 찰리 멍거의 역할이 컸습니다. 워런 버핏의 초기 투자자 시절에는 스승인 그레이엄의 가치투자 사상에 기반한 투자를 고수했습니다. 철저하게 가치가 저평가된 기업들에 투자했었지요. 이른바 ‘담배꽁초 투자’ 로 알려진 가치투자 기법입니다. 현재의 기업 가치에 비해 재무적으로 뭔가 저평가된 기업들, 그래서 남겨먹을 것이 분명한 기업들에 투자를 해오던 워런 버핏은 찰리 멍거의 조언에 따라 그의 투자 스타일은 변화를 겪게 됩니다.

 

 

버핏은 투자 초기에 남들이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 같은 주식을 매수해 차익을 거두는 ‘담배 꽁초 투자’ 전략을 고수했는데, 멍거는 투자를 결혼과 연애에 비유했습니다. 결혼(장기투자)할 배우자를 고르는 기준은 연애(단기투자)를 할 때와는 다른다는 것이지요. 이후 버핏은 담배꽁초 전략을 자신의 “실수” 라고 솔직히 인정하며 위대한 기업을 찾는 투자자로 거듭났습니다.

 

 

멍거는 “모든 현명한 투자는 가치투자” 라는 신조를 갖고 기업 내재가치보다 저평가된 주식을 찾아내 이익을 창출했습니다. “투자란 몇 군데 훌륭한 회사를 찾아내 그저 엉덩이를 붙이고 눌러앉아 있는 것” 이라는 말에 그의 투자 철학이 잘 담겨있습니다. 포트폴리오를 우수한 소수의 기업으로 구성해 장기 투자하는 전략이 성공 비결이었습다.

 

 

이러한 투자 철학이 잘 드러난 사례가 바로 ‘코카콜라’ 와 ‘시즈 캔디’ 입니다. 버크셔해서웨이가 코카콜라를 매수하기 시작한 1988년 코카콜라 주가수익비율(PER)은 18배로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버핏과 멍거는 코카콜라의 장기 전망에 비춰봤을 때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금까지 버크셔해서웨이가 거둔 연평균 수익률은 67.6%로 추정된다. 또한 시즈 캔디를 인수할 당시에도 제법 비싼 가격에 회사를 인수했지만 시즈 캔디는 현재의 버크셔 해서웨이를 만드는데 일등 공신이라 평가받는 자회사가 되었고, 현재도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습니다.

 

 

최근 요 몇 년새 가상화폐 시장이 달아오르자 멍거는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줄곧 표명해왔습니다. 그는 가상화폐 투자에 대해 “어리석다” 고 피판했습니다. 그는 지난 2월 자신이 발행으로 있는 로스앤젤레스(LA) 지역 신문 데일리저널의 연례회의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종류의 쓰레기를 믿고 정부가 존재를 허용하는 것이 부끄럽다” 며 말했습니다.

 

 

멍거의 재산은 지난 11월 포브스의 추정으로는 26억달러(약 3조3600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액 자체로는 투자의 대가라 일컫는 분들과는 상대적으로 적어 보이지만 그의 대다수 재산은 버크셔해서웨이에 투자되어 있습니다.

 

 

또한 그의 생전 마지막 공식적인 인터뷰는 미국 CNBC와 이뤄진 것으로 지난 29일(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멍거는 인터뷰 당시 “죽기 전 마지막으로 200파운드(약 100kg)짜리 참치를 잡아 보고 싶다” 고 밝혔다고 합니다.

 

 

이날 찰리 멍거 부회장은 100세 생일을 앞두고 촬영된 CNBC와의 인터뷰에서 ‘버킷 리스트에 남은 소원이 있느냐?’ 라는 질문에 “나는 96세에 비해 훨씬 늙고 약하다. 이제 와서 200파운드짜리 참치를 잡는 건 너무 힘든 일” 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젊었을 때도 200파운드짜리 참치는 잡아 본 적이 없는데 가능하다면 죽기 전에 한번 잡아보고 싶다” 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멍거는 이야기를 전한 뒤 잠시 말을 멈추더니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포기하는 것들이 생기기 마련” 이라며 “이제는 기회가 찾아오더라도 참치를 잡으러 가진 않을 것 같다” 고 덧붙였습니다.

 

 

생전에 200파운드 짜리 참치를 낚고 싶어 하셨다는데, 이제 그곳에서는 소원을 이루셨으면 좋겠네요.

 

 

 

버핏과 함께 버크셔 해서웨이를 이끌며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귀감이 됐던 현자가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떠올린 것이 사업, 투자, 경제 등이 아닌 ‘참치 낚시’와 ‘내려놓음’이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항상 현명한 지혜를 대중들에게 나눠주었던 멍거가 별세하였다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좀 더 오래 오래 사셨으면 좋았을 것을... 버핏은 한동안 상실감이 제법 클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버크셔해서웨이는 버핏과 멍거의 별세에 대비하여 오래전부터 회사의 운영 매뉴얼을 이미 완성해놓았기 때문에 회사의 운영에 큰 지장은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멍거의 별세 소식에도 버크셔해서웨이의 주가는 아주 소폭 하락으로 그쳤습니다.

 

 

이는 마치 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이 자신의 죽음을 미리 예견하고 공명의 마지막 전투에서 숙적인 사마의를 이길 비책을 남겨놓은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참고로 찰리 멍거는 본인이 직접 책을 쓰시지는 않았지만 그분의 생전 어록을 모아 해석해놓은 <찰리 멍거 바이블> 이라는 책이 있으니 관심이 있으시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